실전 취재! 취재원과의 관계 구축법 1

초보 언론인이 알아야 할 101가지

by 윤경민

Q. 취재원(경찰, 정부 부처, 기관, 지자체 관계자 등)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A. 취재원과의 긴밀한 관계 형성은 기자가 갖춰야 할 필수 항목이다.

그래야 취재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친분 관계가 있어야 취재원이 기자의 질문에 성심껏 답해주기 마련이다. 물어보기도 편하다.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친분관계가 없는 취재원에게 물어보면 대개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온다.

대외적으로 공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해주는 게 보통이다.

속 깊은 얘기를 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평소 알고 지내는, 나아가 그래도 어느 정도 친하게 지내온 취재원에게 물으면 정보의 양과 깊이가 달라진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공식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뒷얘기까지 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혜 의혹과 같이 외부에 알려지면 소속 부처나 기관, 또는 그 기관의 장이 불리한 사안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면 “절대로 내가 얘기했다고 하지 마세요”라며 한 두 가지 힌트를 제공해줄지도 모른다.


사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는 관계이다.

흔히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들 한다.


너무 가까운 관계 형성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과도한 밀착관계가 형성되면 언론 본연의 기능인 비판과 견제가 어려워진다.

만일 경찰이나 검찰, 정부 부처 당국자, 지자체 관계자가 비리를 저질렀거나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세금 낭비나 주민 피해가 발생했을 때

매섭게 비판하기가 쉽지 않아 진다는 얘기다.

따끔하게 질책해야 할 기자가 정에 이끌려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권언유착, 재벌 또는 기업과의 유착은 그래서 피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과도하지 않은 긴밀한 관계, 건강한 긴장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첫째, 접촉량을 늘려야 한다.


자주 만나고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

경찰이라면 경찰서에, 정부 부처 당국자라면 당국자 방을 찾아가라.

그걸 업계에서는 ‘마와리’라고 부른다. ‘돌아다닌다’는 뜻의 일본어인데,

언론계에서 아직도 통용되는 잔재 일본어이다.

대개 부지런한 기자들은 당국자 방을 자주 찾아다닌다.


내가 외교부를 출입할 때 이른바 ‘떼 마와리’가 있었다.

기자들이 떼로 차관, 차관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북미국장 등등의

주요 고위 당국자와 당국자의 방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당시 북핵 6자회담이 공전되던 시기 천영우 본부장, 위성락 본부장 방은

때때로 기자들로 꽉 차기도 했는데 우리는 이걸 ‘봉숭아학당’이라 불렀다.

그 자리에서 당국자의 말을 듣기도 하지만 기자가 대북정책에 관해

개인 의견을 밝히기도 하는 (때로는 훈수 두듯 말이다) 이른바 토론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막혔다.

DJ 정부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비서동이 오픈돼 있어서 기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박지원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의 방이 열려 있었으니

기자들이 때로는 떼로, 때로는 개인적으로 찾아가 취재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기자들의 비서동 출입은 봉쇄됐다.

춘추관에 갇혀 있어야 했다. 대변인이나 수석비서관의 정례 브리핑에 의존해야 했다.

신년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특별 회견 외에는 대통령의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 청와대 기자단 대표로 취재하는 풀기자 외에는.

그래서 전화 취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걸 ‘전화 마와리’라고 부른다.


아침 7시 춘추관에 출근하자마자 대변인을 비롯해

정무비서관, 의전비서관, NSC 관계자 등에게 전화를 돌린다.

당일 조간신문에 난 물먹은 기사를 확인한다.

그날 대통령의 일정을 확인한다.

전날 밤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 뭐였는지 묻고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묻는다.

때로는 특정 정치권 이슈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

통상 출근 후 30~40분은 4~5명에게 전화를 돌리며 이렇게 취재를 한다.


대변인이든 비서관이든 매일 이렇게 전화를 하면 기본적인 친분관계는 맺어지게 돼있다.

이른바 ‘아는 사이’보다는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셈이다.


그런데 그것에 그치면 안 된다. 밥을 먹고 술을 마셔야 한다.

출입기자단 전체가 떼로 먹는 자리에도 빠지면 안 된다. 그건 기본이다.

그 외에도 개별적 식사 자리를 마련하라.

혼자가 뻘쭘하면 기자 3~4명이 함께 당국자 1명을 부르면 된다.

통상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서 흔히 이뤄지는 취재 방식이다..


이렇게 밥을 같이 먹고 술을 한두 잔 기울이다 보면 친분관계는 한 단계 더 올라간다.

밥 먹는 자리에서 술 한두 잔 하다 보면 경계심이 풀어진다.

가끔씩 맨 정신으로는 안 해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때로는 오프 더 레코드, 혹은 엠바고를 걸고.

혹은 그런 조건 없이 의도적이든 실수든 중요 정보를 우회적으로 슬쩍 흘리는 일도 적지 않다.


그래서 저녁 자리에서 중요한 기사를 챙긴 기자가 다시 회사나 기자실로 복귀해 기사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하여 다음 날 조간신문과 아침 방송 뉴스의 헤드라인이 바뀌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럼 당신은 출입처 기자단 중에 취재력 중상위는 되는 것이다.


둘째, 출입처 족보를 외워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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