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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Dec 07. 2020

고 김현식의 부활 소식을 접하며

고 김현식의 부활 소식을 접하며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인 영원한 가객 김현식. 그가 요절하기 전 불렀던 '내 사랑 내 곁에' 다시 울려 퍼진다. 그의 30주기에 맞춰 요즘 가수들이 나름의 목소리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80~90년대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며 초겨울 낭만에 젖어드는 중년은 나뿐일까?

 그의 애틋한 노랫말과 리듬은 우리 세대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딱히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암울했던 시절, 그렇지만 낭만과 순수함이 살아 숨 쉬던 시절 함께 견디고 헤쳐나갔던 세대의 공통점이 농축되어 있다.
그래서 다시 불리는 이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김현식이 그때 그 목소리로 신곡을 발표한다는 소식은 귀를 의심케 한다. 30년 전 세상을 떠난 그가 살아 돌아온다는 건가? 그를 사랑했고 추억하는 팬들에게 그때 그 진솔한 목소리가 다시 살아온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이다. 4차 산업혁명에 힘입어 그의 목소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거다.

 꿈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그의 노래를 학습하면 못할 일이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고 김현식, 김광석의 목소리가 AI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 새로운 노래에 저 세상 가객들의 목소리가 입혀진다. 음성 만이 아니다. 마치 되살아난 듯 노래하는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몇 년 전 팬들의 곁을 떠난 가수 신해철도 곧 AI의 도움으로 팬들 앞에 다시 못습을 나타낸다고 하니 그저 입이 벌어질 뿐이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을 통째로 바꾸어놓을지도 모른다. AI 아나운서는 이미 등장했다. TV에서 활용되는 시대다. 하긴 기사도 인공지능이 쓰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니 기자들도 언제까지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불안한 요즘이다. 그래서 AI가 바꿔놓을 세상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일까? 하는 의문부호를 지울 수가 없다. 인간의 직업을 컴퓨터가 점차 빼앗아가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올지 모른다. 내 밥그릇을 잃게 될 거란 두려움에서 출발하는 이기적 문제 도출이 우선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문득 드는 생각, 과학기술의 발달이 범죄 수단의 고도화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유력 후보의 과거 악행이 폭로된다. 대기업 총수와의 식사 자리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파일이다. 해당 후보는 즉시 근거 없는 악의적 가짜 뉴스라고 반발한다. 그런데 그 현장에 있었다는 제삼자의 증언이 뒤따른다. 유권자들은 헷갈린다. 박빙의 승부 때는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AI를 이용해 그런 음모를 꾸밀지도 모를 일이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음성뿐 아니라 비디오도 조작이 가능하다. 후보자가 러브호텔에 팔짱을 낀 채 여성과 함께 들어가는 장면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포르노 영상에 유명 인사를 합성시키는 범죄도 발생하는 시대이므로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게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지 모를 이런 부작용은 반드시 제어해야 한다. 싹이 트기 전에 먼저 막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왔듯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혁신을 막을 수는 없다. 앞서 이야기한 고 김광석, 김현식의 부활처럼 긍정적 쓰임새는 더욱 다양하게 모색될 수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살아생전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고
유치원 때 쫑알대던 자식들의 목소리를 복원할 수도 있을 게다. 또는 사랑하는 연인의 목소리를 언제든 재현해 대화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김현식의 '사랑했어요'를 부르고 싶어 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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