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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pr 01. 2021

로맨틱 오토바이

로맨틱 오토바이 

주말에 교외로 차를 몰고 가다 보면 한 무리의 오토바이 부대와 가끔 마주친다. ‘삐까번쩍’ 빛나는 멋진 오토바이에 ‘가죽잠바’를 입은 중년 남성들이 줄 지어 도로를 질주한다. 가끔은 도발적으로 굉음을 쏟아내며 달리는 오토바이 부대, 80년대 폭주족과는 달리 요즘 오토바이 부대는 중년의 멋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필자도 나중에 그런 중년의 멋스러움을 오토바이에 실어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오토바이의 정체는 무엇인가? 미국인과 이야기하다가 오토바이 얘기를 꺼냈는데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I saw a lot of ‘autobai riders’ on the road when I was driving at the weekend” 

“I’m sorry, What did you see?” 

”autobai” (오토바이)

“pardon?”

(이 사람이 영국식 발음이라 못 알아듣나? ) “autobai(오로바이)

알고 보니 영어에 autobi(혹은 autoby, autobai)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말하는 오토바이는 영어로는 motorbike 혹은 motor bicycle, motorcycle이다. 오토바이는 일본이 만들어낸 일본식 영어였던 것이다.



 모터(motor) 즉, 원동기로 가는 바퀴 두 개짜리 차(자전거/이륜차)를 자동(auto)으로 가는 자전거(bike/ bicycle)라고 명명하면서 자전거 조차 줄여서 바이크 또는 바이시클을 바이로 줄여버린 것이다. 일본이 제멋대로 줄여서 만든 말을 우리는 아무 비판 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모토바이크(‘오토바이’라는 잔재일본어로 불리는 원동기 이륜차)가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1863년. 프랑스 발명가가 증기기관을 동력으로 하는 이륜차를 고안해 특허를 받은 발명품이었다. 187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엑스포에 출품된 것이 지금 모토바이크의 원형으로 전해진다.  눈치 챘겠지만 이 글 서두에서 적었던 ‘삐까번쩍’, ‘잠바’도 일본말의 영향을 받은 말이다. 반짝반짝이라는 뜻의 일본어 ‘피’카와 번쩍이라는 우리 말을 조합한 것이다. 잠바는 ‘jumper’를 가리키는 것인데, 원래는 점퍼라고 했어야 하지만 일본어 잠파(ャンパ.)를 빌려 쓰다가 잠바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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