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담한 우리 자식들의 미래
국가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
"아빠가 너희들만 할 때는 외식을 1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였어"
설 연휴에 아이들을 데리고 삼겹살을 먹으러 가면서 이런 말을 했더니 "에이, 설마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틀이 멀다 하고 치킨이며 짜장면이며 피자며 시켜 먹고 한 달에 두어 번은 가족 외식을 즐기는 이 아이들이 꼰대 아빠의 말을 곧이들을 리 없다. 곧바로 꼰대의 '라떼는 말이야!' 데시벨이 올라간다.
이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도 빈부격차가 있어 외식을 자주 하는 집도 있었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없는 집' 자식이었으니 온 가족이 함께 식당에 가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졸업식 때 동네 중국집 '대성관'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서울 대방동 소재 중화요리점)에서 짜장면을 먹은 것과 고 3 때 어머니가 기운 내라며 경양식집에 데려가 돈가스를 사주신 일이 필자가 기억하는 외식의 전부다. 지금은 5000~6000원 하는 짜장면 값이 당시엔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빈곤한 집에선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던 것이다.
요즘 필자의 집 식탁에 고기가 오르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지만 필자가 우리 아이들만 했을 때는 고기를 먹는다는 게 1년에 서너 번에 불과했다. (장조림 같은 고기반찬 말고 삼겹살이나 불고기 같은 고기 요리) 그나마 돼지고기는 가끔 먹었지만 소고기는 명절 때 아니면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김도 지금은 다 조미김을 사다 먹지만 그 시대에는 어머니께서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참기름을 윤기 나게 바른 김에 소금을 뿌린 뒤 굽고는 가위로 잘라서 먹었다. 필자의 자식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풍경이다.
통계청 자료(국가지표체계)를 찾아보니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85년 1인당 국내총생산은 2482달러,
지금은 12배 넘게 오른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지 수년째다.
그.런.데.
부족함 없이 자란 중산층 집안의 자식들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 아직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어 다행(?) 일 테지만 암울하기 짝이 없다. 10% 안팎에 달하던 고도 경제성장기는 이미 막을 내린 지 오래되었고 외환위기와 리만브라더스 사태, 코로나 시대까지 겪으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아니면 저성장의 정체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양인구비를 비교해보자.
1985년에는 부양해야 할 소년 인구비율이 46%였지만 현재는 16%대로 줄어든 반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비율은 1985년 6.5%에서 현재 24.6%로 급증했다. 부양해야 할 아이들은 급격히 줄어든 반면 부양해야 할 어르신 인구는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훨씬 더 심각해진다. 고삐 풀린 저출생 고령화 때문이다. 출생률이 0.8도 안 되는 세계 최저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초고령화 시간표는 빠른 속도로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운 나쁘면 백이십 살까지 살 것"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은 바로 이와 같은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솔직히 필자를 비롯한 꼰대들은 그다지 큰 걱정이 없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본 생계는 뒷받침해줄 국민연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23년 후인 2055년에 적립금이 바닥나기 때문에 그 해 65세가 될 1990년생부터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결과였다. 다른 전문가는 현재의 저출생 고령화를 감안하면 고갈 시점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저출생 고령화 대책 마련과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차기 국가 지도자는 이 문제 해결에 올인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