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 자식들의 암울한 미래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 2

by 윤경민

586세대의 끄트머리인 필자 세대는 비교적 무탈하게 살아왔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며 세대별 비교라는 점을 강조해 둔다) 일제강점기 조국을 빼앗기고, 겨우 해방이 되고서도 6.25 난리를 겪었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나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온몸이 부서지게 일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부모 세대에 비하면 말이다. 파독 광부 간호사에 중동 건설 노동자, 베트남전 파병 용사들 이야기는 몇 년 전 영화 '국제시장'에 고스란히 그려졌고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필자의 부친이 베트남 참전 고엽제 피해자여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조부모와 부모 세대의 갖은 고난과 역경으로 일군 이 나라에 586세대가 기여한 점이라면 유일하게 민주화를 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학시절 돌멩이 한 번 안 던져본 이가 있을까? 돌과 화염병은 안 던졌다고 해도 "독재 타도! 호헌 철폐!" 정도의 구호는 외쳤을 터이다. 목놓아 외치지는 않았더라도 마음속으로 뜨겁게 응원했을 것으로 믿는다. 지금 우리와 우리 자식 세대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586세대의 반독재 투쟁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586세대 가운데 이른바 골수 운동권 중 일부는 정치권에 진입해 제도권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어떤 이들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어떤 이들은 청와대에 입성했다. '빵'살이에 제대로 취업도 못한 희생의 대가이기도 했다. 한 자리씩 맡아 권력에 심취하다 보니 그들도 기득권 세력이 되었고 누구 말대로 고인 물이 되어버렸다는 비판도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운동권이 아니었던 다수의 586세대도 이전 세대나 요즘 젊은 세대와 비교하면 순탄한 편이었다. 90년대 말 갑자기 터진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었을 때도 586세대는 대부분 운 좋게 살아남았다. 되레 이후 경기 회복에 따라 잘려나간 선배들의 자리에 대신 일찌감치 앉게 되는 기회를 누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외환위기로 이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오르고 집값이 폭락하면서 선배들은 줄줄이 집을 팔아치우며 자산을 잃고 거리로 나앉았지만 다수의 586세대는 이 또한 비켜갔다. 일부는 외려 폭락세를 이용해 아파트를 사들이는 기회로 활용했고 이후 꾸준한 상승세에 따라 재산을 불리게 되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벌어진 부동산 폭등세, 미친 집값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를 더 벌려놓았다.

강남의 수십억짜리 고가 아파트는 가진 자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우리 자식 세대를 보자.


지금의 586세대는 그래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돈에 은행 빚 얻어서 집 한 칸 마련했고 그 집값이 뛰어서 자산을 불렸지만 (물론 집을 소유한 사람에 한한 이야기이다) 지금 젊은 세대가 과연 스스로의 힘만으로 서울 시내에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을까?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연봉 4천만 원으로 시작한다고 치자.

20년 근속해 연 수입이 1억 원을 넘는다고 해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강남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0년간 총소득이 14억 원이라고 가정, 강남 32평 아파트 평균 가격이 현재 20억 원 가까이한다) 받은 월급을 한 푼도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론적으로 내 집 마련은 평생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취업도 어렵고, 내 집 마련의 희망도 없다 보니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금의 상황을 방치하면 저출생 고령화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산산이 깨 놓은 무능한 부동산 정책, 가진 자로부터 세금만 뜯어낼 줄만 알았지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 실패한 부동산 정책, 이런 정책이 지속되는 한 우리 자식 세대들에게 희망과 미래는 없다.


절망은 절망을 낳는다. 청년에게 희망이 없으면 우리 사회와 국가에 미래는 없다.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암담한 우리 자식들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