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생기 사흘째

지옥 같은 밤

by 윤경민

코로나 공생기 사흘째 (7.31)


어젯밤은 지옥 같은 밤이었다.

저녁밥을 먹자마자 누웠는데 망치로 두드려 맞은 듯 온몸이 아프고 쑤셨다.

체온을 재지는 않았지만 열도 나는 것 같았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유튜브 음악이 귀에 거슬려 일어나 보니 밤 11시.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연 뒤 다시 누웠다.

밤새 자다 깨다, 묵직한 몸에 두통과 근육통, 미열에 뒤척여야 했다.

뒤척인 시간까지 12시간이나 침대 위에서 수면과 비수면 사이를 오갔다.

목의 통증 또한 심했다.

일어나 보니 목소리는 남의 목소리처럼 갈라져 있었다.


식구들에게 감염시키지 않으려고

방안에서만 활동하고 가져다주는 밥 먹고 화장실도 따로 쓴다.

물 가지러 냉장고 문 한두 번 연 것뿐인데,

아내도 목이 따끔하고 열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한다.

에효, 옮았구나. 신경 쓴다고 썼는데, 피해 갈 수 없나 보다.

큰 아이는 몇 달 전 확진됐었다.

큰 아들 역시 방콕 격리로 더 이상의 확진을 막았었는데,

내가 민폐를 끼쳐서야.

아내가 걸리면 둘째 아들도 위험하다.

고2인데 타격이 크다.

검사받으러 간 아내한테서 카톡이 왔다.


"음성"

휴~ 다행이다.


그래도 알 수 없다. 더 조심해야 한다.

방 밖으로 한 두 번 나갔다고 욕먹었으니 다시는 나가지 말아야지.


아침을 먹고 약을 먹고 나니 그렇게 잤는데도 또 잠이 쏟아진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잠에서 깨 침대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붙들고 이것저것 동영상을 보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되니 조금씩 나아진 듯.

책을 집어 들었다.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고비는 넘긴 듯하다.


점심 먹고 약을 먹으니 다시 졸린다.

침대에서 다시 두 시간 잠에 취한다.

일어나니 몸이 다시 무겁다. 목도 따갑다.

그래도 어젯밤에 비해선 한결 나아진 기분이다.

스마트와치를 보니 오늘 하루 470보를 걸었다.

방 안에 갇혀 있으니 그럴 수밖에.

팔이 움직일 때마다 1보씩 계산하니 실제로는 2백 보도 안 될 것이다.

운동량은 없지만 먹는 건 평소와 다르지 않다.

왜 확 찐자 얘기가 나오는지 알만하다.

오늘 밤은 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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