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생기 : 확진 나흘째

슬기로운 격리생활

by 윤경민

확진되고 맞는 사흘째 밤은 지난 이틀 밤과는 사뭇 달랐다.

뒤척이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삭신이 쑤시는 근육통으로부터는 해방되었다.

전날 저녁 미열로 인한 약간의 오한과 열대야로 인한 땀이 몸을 살짝 적신 상태에서 잠에서 깼다.

한결 가벼워진 느낌.

곧바로 대장을 비우고 찬물에 샤워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은 여전히 통증이 가시지 않았으나 목소리는 제 소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기침에 가래, 약간의 목 통증도 시간이 갈수록 약화되어갔다.

확진 후 처방받았던 사흘 치의 약을 모두 먹은 지라 추가 처방이 필요했다.


격리 중이더라도 대면진료나 약을 타러 외출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아내는 한사코 말렸다.

나 대신 처방전을 받으러 동네 의원에 간 아내는

"이렇게 대기 인원이 많은 건 처음"이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모양이다.


간 김에 4차 백신 잔여분을 맞겠다고 한다.

"남편이 확진됐는데 맞아도 되는지 물어보고 맞으라"고 했더니

"몸 상태가 괜찮으면 관계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4차 접종을 결행했다.


나는 4차 백신 맞았다가 재수 없으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을 수 있으니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이삼일 앓고 말겠다고 했었는데 정작 확진되고 나니 후회막급이다.


그래도 확진 나흘째 오후로 접어들면서 근육통과 두통은 말끔하게 사라지다시피 했다.

통증에서 벗어나니 이제야 살 것 같다.


간혹 나오는 기침과 가래, 약하게 지속되는 목구멍 통증만이 내가 확진자임을 알게 해주는 증상이다.

지금까지는 약기운과 통증으로 먹고 자고 반복하는 사이 나흘이 훌쩍 지나갔다.


하지만 앞으로 사흘이나 더 이 좁은 방에 갇혀 격리생활을 계속해야 하다니 벌써부터 갑갑하다.

배부른 투정인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못 읽은 책이나 읽으며 쉬어야겠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위하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코로나 공생기 사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