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은 전율하고...
그의 손길은 부드럽다. 세심하다. 열 손가락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정성 어린 손길에 나의 몸은 전율한다. 구석구석 은밀한 그곳까지 손길이 미친다. 내 몸은 묵은 찌꺼기를 토해낸다. 그리고 새살이 돋듯 세포가 부활한다.
그에게 몸을 맡기면 몽롱해진다. 반듯이 누웠다가, 옆으로 뉘었다가, 엎드린다. 그가 나에게 요구하는 자세는 딱 네 가지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천 번의 손길이 나의 육신을 어루만진다. 나의 영혼도 치유받는 느낌이다. 천 번의 손길, 20여 분 정성의 손길에 대한 보답은 요금 만 6천 원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만 2천 원 하던 것이 오른 모양이다. 그래도 아깝지 않다. 그의 손길이 나의 육신과 영혼을 어루만지고 달래줌으로써 치유의 숲으로 안내했다는 심리가 작동하니 말이다.
요즘 문 닫는 동네 목욕탕이 늘어난다고 한다. 가스비, 전기세가 급등하면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코로나 때문에 3년 가까이 버텨왔는데 이젠 연료비 때문에 폐업을 해야 하다니, 업주들 눈에서 눈물이 고인다.
코로나가 무서워 3년 가까이 목욕탕을 가지 않았던 나였다. 이제야 한 달에 두어 번 가게 되었는데 앞으로는 더 자주 가야겠다고 마음먹어본다. 천 번의 손길로 나의 육신을 위로해 주는 그 세신사가 일할 곳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목욕비까지 합쳐 2만 5천 원의 행복. 매주 쉬는 날엔 동네 목욕탕에 우리의 지친 몸을 맡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