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소멸 시대... 20년 내 100개 대학 폐교
대학 소멸 시대... 20년 내 100개 대학 문 닫는다.
대한민국 대학이 줄줄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여 있다.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전국 198개 대학 중 180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정원을 채운 곳은 겨우 18곳뿐이다.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과가 14개 대학의 16개 학과나 됐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폐교를 맞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학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2000년 이후 24개 대학이 이미 문을 닫아걸었다. 한중대, 아시아대, 대구외대, 경북외대, 건동대, 인제대학원대, 광주예술대, 명신대, 선교청대, 국제문화대학원대, 서남대, 대구미래대, 성화대, 벽성대 졸업생들은 모교를 잃었다. 졸업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도 폐교 대학 통합증명발급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앞으로는 폐교의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대학 줄도산의 가장 큰 요인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다.
올해 고3 학생은 39만 8천 명이다. 지난해보다 3만 2천 명이 줄었다. 대학 정원은 51만 명. 재수생까지 포함해도 미달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는 더 심해진다.
대학에 다니는 학령인구가 현재의 241만 명에서 20년 후에는 118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는 얘기다. 0.78이라는 전대미문의 세계 최하위 출생률이 학령인구 급감을 촉발하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문 닫을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20년 안에 백 개 대학이 폐교할지도 모른다.
대학소멸은 지역소멸을 가속화한다.
2018년 한중대가 문을 닫자 동해시 인구가 1500명이나 감소했다. 서남대 폐교로 인근 대학가 원룸촌의 공실률은 80%나 됐다. 대학가가 이렇게 마치 유령 마을처럼 변하면서 남원시 연간 소득액이 344억 원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앞서 2003년 가야대 고령캠퍼스와 2007년 단국대 용산캠퍼스가 빠져나간 후 경북 고령군과 서울 용산구의 서비스업 일자리가 6% 줄었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경제가 거의 붕괴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국내 대학은 전문대를 포함해 모두 360여 개나 된다.
김영삼 정부의 대학설립준칙주의 채택 이후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대학설립준칙주의란 대학 설립을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허가하는 제도다. 즉, 대학을 세울 땅과 건물,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가지만 갖추면 대학을 만들 수 있게 해 줬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과거의 정책 탓만 할 수는 없다.
대학의 폐교라는 극단적 상황을 막으려면 교육당국의 과감한 지원과 대학 스스로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최근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라이즈(RISE)와 글로컬대학이 빼대다.
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대학재정지원정책이다.
시도지사에게 대학 정책 수립 권한을 주고 재정지원사업의 50% 이상을 지역 주도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대학지원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글로컬대학은 일부 대학을 선정해 지역의 산업과 연계된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지역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대학 30여 개를 선정해 5년간 총 1,000억 원씩 예산을 집중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예산을 지원받으려고 각 지방대학은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앞으로 10년이 대학 혁신의 중요한 전환점 즉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방대학활성화특위원장인 김헌영 강원대 총장의 말이다. 김 총장은 그러면서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이 공존하며 고등교육의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단계적이고 중장기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소멸은 지역 소멸로 이어지고 지역 소멸은 대한민국의 붕괴 위기로 이어진다.
교육 당국과 지자체, 그리고 각 대학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