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시선을 고정해야 하는 독서 대신 귀로 듣는 시대 말이다. 오디오북 이야기다. 오디오북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AI, 인공지능의 발달로 대중화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기존 오디오북은 성우나 아나운서가 일일이 한 문장 한 문장 읽어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제작비가 크게 든다. 그러다 보니 많은 오디오북을 생산하기 어렵다. 제작비를 뽑기 위해선 많은 '듣는 독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읽을거리가 적다 보니 구독자 모으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존 오디오북 서비스 기업들은 그다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침체된 오디오북 시장에 한 신생 오디오북 플랫폼 기업이 야심 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AI 기술을 적용,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인공지능이 성우 또는 전문 북내레이터의 육성을 학습한 뒤 진짜 사람처럼 오디오북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시간에 대량의 오디오북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품질도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딥러닝을 통해 거의 완벽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AI 오디오북 플랫폼 업체 '오디오펍'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2년을 투자했다.
기존 종이책 출판업과 전자책 업계에 20년 종사해 온 유윤선 대표는 침체된 오디오북 시장을 활성화할 대안은 AI 오디오북이라고 확신, 기술적 문제 극복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플랫폼 개발에 몰두하며 열정을 쏟았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꿈은 원대하다.
올해 안에 유료구독자 만 명을 모으는 게 1차 목표다. 2년 뒤인 2025년까지는 20만 명으로 늘리는 걸 2차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일단 2천여 권의 오디오북으로 서비스를 시작, 매달 500권의 신작을 발간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까지 최소 2만 권을 서비스하게 된다. 이는 국내 최대 업체인 '밀리의 서재'나 '윌라'가 보유 중인 오디오북 수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이처럼 많은 책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는 업체는 현재 국내에서는 오디오펍이 유일하다.
AI의 기술 덕분이다. AI를 통해 전문 북내레이터의 목소리를 딥러닝했기 때문에 듣기에 자연스럽다는 게 유윤선 대표의 설명이다.
"다른 AI음성 합성 서비스 업체들은 일반적인 성우나 아나운서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학습한 결과물을 가지고 오디오북을 제작하기 때문에 어색하기 들리게 됩니다. 그에 반해 오디오펍의 AI는 전문 북내레이터의 목소리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한 결과물입니다. 북내레이터란 전문적인 오디오북 낭독 교육을 2년 이상 이수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오디오북을 낭독하듯이 다양한 문장을 읽은 결과물을 가지고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오디오펍의 AI오디오북은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거죠"
물론 AI가 100퍼센트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감정 처리나 띄어 읽기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AI 기술은 이를 차츰 극복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디오펍이 가진 또 하나의 특색, 차별화 포인트는 성인용 웹소설을 서비스한다는 점이다. 국내 오디오북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다. 수위를 넘는 표현과 장면이 등장하는 웹소설을 오디오북으로 제작해 제공하다 보니 다른 오디오북 업체와 달리 아예 성인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등록했다. 19금 웹소설이 주력 상품이지만 일반 인문학 서적 등 다른 분야도 빼놓지 않았다.
주요 타깃 고객은 젊은 층이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고객입니다. 책을 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읽으려고 하는 분들이죠. 종이책을 읽다가 다른 일을 하면서 혹은 이동 중에 아니면 눈을 감고 편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눈을 감은 채 이야기를 듣는다.
운동을 하면서도 인문학을 즐긴다. 청소나 빨래와 같은 집안일을 하면서도 에세이를 듣는다. 잠자리에 누워 편안하게 소설을 듣는다. 눈으로 읽는 책은 그야말로 책에 두 눈을 고정시킨 채 집중해야 하지만 오디오북은 다른 일을 하면서 귀로 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안 때문에 책 읽기가 불편한 중장년 층에게도 듣는 책은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전체 출판시장 규모의 10% 규모나 된다.
그에 반해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0.5%에도 못 미치는 3백억 원대로 추산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아직은 라디오 드라마처럼 대사에 감정을 실어 연기까지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북은 없지만 AI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그런 시대가 그리 머지않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