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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May 18. 2023

심상찮은 지진...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

■ 최근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하자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강원과 경북을 중심으로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비교적 큰 규모의 지진은 두 번 있었다. 2016년 경주 지진은 규모 5.8, 그 이듬해 포항 지진은 규모 5.4였다. 경주 지진은 5천 건 넘는 재산피해가 신고되었고 부상자도 23명 발생했다. 포항지진 역시 백여 명의 부상자와 천 명 넘는 이재민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졌다.

헬로tv뉴스 캡처 화면 

이번 동해 지진은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런 진동에 놀란 시민들이 뛰쳐나오는 등 혼란을 주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확인해준 셈이다. 자연이 주는 이 경고는 우리에게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라는 신호일지 모른다. 


■ 대규모 지진을 수 차례 경험한 일본은 지진 발생 시 대처 요령을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알린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각급 교육기관에서는 지진과 대규모 화재 등을 상정한 대피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흔들리면 우선 책상 밑으로 머리부터 숙이고 들어가는 게 먼저다. 직장에서도 지진이 나면 엘리베이터는 절대 타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동네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피난 장소가 지정되어 있다. 가족끼리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만날 장소를 미리 정해두기도 한다. 가구가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구를 천장에 고정시키는 장치를 해두는 집도 많다. 잠잘 때 생존배낭을 머리 맡에 두는 이들도 있다. 식수와 비상식량, 손전등, 라디오 등이 들어있는 배낭이다. 한 일본인 친구는 항상 슬리퍼를 옆에 두고 잔다고 했다. 지진으로 깨진 유리창을 밟으면 발이 다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이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만든 것입니다.


■ 무엇보다 큰 차이는 내진설계 비율이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주택 내진화율은 87%에 이른다. 공동주택은 무려 94%나 되며 단독주택도 81%다. 일반 건축물의 경우 71%가 내진설계되어 있다(2022년 내진진단의무대상 건축물 기준). 반면 국내 건축물의 내진설계 비율은 평균 15.3%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인구의 거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의 공동주택 내진설게 비율은 30~40%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1923년 간토대지진과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1981년 진도 6~7 지진에서 붕괴하지 않을 것을 목표로 하는 ‘신 내진기준’을 발표하는 등 내진 기준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은 1978년 홍성 지진을 계기로 논의를 시작, 1986년 건축법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했지만 실제 내진화율은 일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비용 문제가 있지만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내진화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헬로tv뉴스 캡처 화면


■ 일본의 구호품 비축도 배울 점이다.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은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재난구호 물자를 비축하고 있다. 일본의 가공식품기업은 보존기간이 3년에 이르는 가공식품을 개발해 기업과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다.  


■ 방송사 역시 지진 발생 시 속보체제를 잘 갖추고 있다. 공영방송 NHK는 지진이 발생하면 30초도 안돼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특보에 들어간다. 각 지역별 진도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쓰나미 가능성에 주목하고 대피 정보를 제공한다. 당국이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를 신속하게 보내주는 것은 물론이다.


■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동해 지진이 대지진의 전조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규모 7.0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단층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건축물이 내진화율은 바닥이며 지진대비 훈련은 미흡하다. 

강진에 대비하는 일본의 사회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르지만 재앙이 덮친 후에 준비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사후약방문이 되기 전에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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