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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Nov 15. 2019

줄넘기에서 인생을 배운다?

줄넘기 3주 만에 나타난 놀라운 변화

오늘 아침 줄넘기 60분.

그에 이어 스쾃(Sqat) 123개를 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바람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줄넘기를 시작한 지 만 3주가 되어간다.

3주 만에 정말 놀라운, 엄청나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상상불가의 경이로운 변화.

체중이.

.


불.

었.

다.


허걱! 줸장!..

충격이다.

도대체 왜?


체중은 운동량과 반비례하지 않았고

전날 음주량, 식사량과 비례한다는 사실,


평소에도 아마 그럴 것이라며

대략 긴가 민가 했던 추정을

3주간의 줄넘기 실험이 확인해주었다.


줄넘기를 하지 말아야 하나,

절주를 해야 하나,

기로에 서 있다.


내가 줄넘기에 도전하게 된 것은 한 남자 때문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50대 중년 남성,

어느 여름날 이른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1층에서 마주친 그는 반소매 티셔츠가 땀에 흠뻑 젖은 채 아파트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

전에 뚱보에 배 나온 전형적인 아저씨였었는데.

"어찌 된 거지, 좀 날씬해졌네."


그 후로도 몇 번 아침 출근길에 마주쳤는데

항상 흠뻑 젖은 채 한 손에는 줄넘기를 든 모습이었다.


그리고 갈수록 홀쭉해져 가는 게 아닌가?


나는 무릎을 쳤다.

"그래, 줄넘기구나!"


최근 올봄부터 잦은 술자리와 줄어든 운동량 때문에 4kg 넘게 살찐 나는 여름엔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잘 먹어야 한다는 의사 말대로

엄청 처먹처먹 먹었다.

바람에 더 불어버린 나는 결심했던 거였다.


"나도 줄넘기로 홀쭉해져야지~"


처음엔 30분이었다.

5분도 버거웠다.

예전에 앓았던 족저근막염이 되살아나는 듯한 악몽이 스치면서 발등과 발목, 종아리가 단단해지는 느낌,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줄넘기를 내팽개쳐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버텼다.

그렇게 버티고 10분 지나면 신기하게 통증은 사라졌다.

오히려 더 가벼워진다.


"오! 좋았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30분을 돌렸다.


둘째 날은 40분에 도전해서 성공.

사흘째는 50분, 나흘째는 60분을 뜀박질하며 줄넘기를 돌렸다.


사람들이 묻는다.

"줄넘기를 어떻게 30분 이상 해요?"

"안 쉬고 계속 60분을 한단 말이에요?"


나참 어떻게 안 쉬고 60분을 하겠나?

자동적으로 쉴 수밖에 없다.

줄에 자주 걸리니까.^^


몇 년 전에 잠깐 줄넘기를 즐길 때가 있었다.

그때는 3백 개까지도 안 걸리고 주~욱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안된다.

환장할 정도다.


한 번에 한 번 걸려, 세 번 연속 걸린 적도 있다.

그럴 땐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5~6번 돌리다 발에 걸리기 일쑤고

잘해야 30~40회 돌리다 막힌다.


백 번은 거의 기적이다.

줄을 길게 잡아보기도 하고

짧게 잡아보기도 하고

허리를 숙여보기도 하고

팔을 좀 앞으로 내밀어보기도 하고

손목을 돌려보기도 하고

점프를 높게 해보기도 하고

돌리는 속도를 불규칙하게 해보기도 하고

별의 별짓을 다해봐도 옛날처럼 안 걸리고 지속하기가 어렵다.


"나이 탓인가?"

스스로에게 짜증이 밀려오면서 운동하는 효과보다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포기했다.


걸리면 걸리는 대로 그냥 다시 시작한다.

마음을 비운다.

몸에서 힘을 뺀다.


어라. 그랬더니 덜 걸린다.


높이 점프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줄에 잘 걸린다.

욕심을 버리고 낮게 뛰고 집착하지 않으면 덜 걸린다.


인생과 닮았다.

높이 출세하려 하면 자꾸 누군가가 잡아당기고 무언가에 걸리기 마련,

욕심 버리고 낮은 자리에 있으려 하면

오히려 오래간다.


무아지경의 줄넘기 속에서 난 오늘도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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