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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Nov 25. 2019

39. 일본판 봉오동 청산리 전투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下 1話

일본판 봉오동 청산리 전투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下 1화 (총 39화)


이감응이 풀어놓은 체포조와 사냥개들이 나라 '호류지' 금당 안을 들이닥쳤을 땐 먼지뿐이었다. 텅 빈 금당엔 벽화만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체포작전의 낌새를 챈 호류지 주지 승려가 나가노 일행을 빼돌린 뒤였다. 거의 꼬리가 잡힐 뻔했지만 위기를 모면한 건 변장 덕분이었다. 모두 승려복으로 갈아입고 합장한 채 호류지 정문으로 당당히 빠져나갔다. 그때 벌써 이감응의 체포조가 정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나가노 일행을 알아보는 이들은 없었다. 호류지 승려들도 그 일행 사이에 끼어있었고 일부는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소리 내어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가노 일행이 체포조를 따돌리고 나라를 벗어났다는 소식이 금세 열도 전역에 퍼졌다. 비록 청와대 습격작전에는 실패했지만 일본 독립을 위해 지배국의 심장부를 습격하고 돌아와 신출귀몰하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국 경찰과 정보당국을 데리고 놀듯 따돌린다는 소식에 일본인들은 신이 났다. 독립군에 자금을 대는 이들이 몇 배로 늘었다. 독립군에 참여하겠다는 이들도 넘쳐났다. 20~30대 청년은 물론 10대들 사이에서도 너도나도 독립군이 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앞을 다투었다.


"한국 정부와 총독부는 우리 일본인들을 차별하다 못해 방사능에 오염돼 죽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 이러다가 우리 일본 민족은 모두 말살될지 몰라. 가만있다가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마찬가지. 일본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다 함께 싸우자"


나가노 일행을 마치 신격화하는 듯한 이야기도 꾸며지고 부풀려지며 입에서 입을 타고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나가노 유키오 대장이 한국 대통령 앞에 당당하게 서서 일본 열도는 반만년 독립국이었고 앞으로도 독립국이어야 한다고 외쳤다는 이야기부터 그가 한국 특공대원 19명과 대적해 모두 쓰러트렸다는 이야기, 심지어 때로는 구름을 타고 이동한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흘러 다녔다. 물론 그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 이는 없었다. 그저 일본의 독립을 열망하는 이들이 그런 열망을 담아 퍼뜨리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나가노 유키오는 일본의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것이었다.


이 같은 독립 열망은 실제로 소규모 독립군의 연쇄 조직으로 이어졌다. 규슈 후쿠오카에서 홋카이도의 삿포로에 이르기까지 열도 전역에 독립군의 점조직이 자생적으로 연결되었다.


나가노 일행은 이동 경로의 길목마다 이들 조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도쿄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메구로. 고급 주택가로 한 기업인이 제공한 비밀 아지트였다.  겉에서 보기에는 좀 잘 사는 3층 집이었는데, 지하 3층이 벙커처럼 숨겨져 있었고 비밀 통로가 인근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되어 긴급 시 도주로도 확보되어 있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의 공습과 함락에 대비해 지었던 일본 제국주의 육군 고위 간부가 지었던 것이 백 년 넘게 보존되어 있었다.


나가노는 본격적인 무장 독립투쟁을 전국적으로 벌여나가기로 했다. 자신이 지휘하는 독립군은 덩치를 키울 수 없었지만 자생적으로 조직된 소규모 독립군 조직을 하나로 연결하고 원격 제어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메신저로 공격 대상과 일시, 공격 방법 들을 알려주며 지시하면 실행은 자생 조직이 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국의 경찰서와 행정기관, 군부대가 1차 타깃이었다.


하루 동안에만 니가타 경찰서가 폭파됐고 돗도리 현청이 불태워졌다. 요코하마 기지는 한밤중에 기습공격을 받아 무기고가 털렸다. 크고 작은 공격과 습격이 매일처럼 벌어졌다. 그때마다 군과 경찰이 출동해 공격에 가담한 이들을 잡아들였지만 무장 습격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총독부를 움직인 건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이었다. 이미 암살을 모면했던 이지국 총독. 그때 그 일 때문에 그의 주변엔 10여 명의 경호원들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렇게 철옹성 같은 경호였지만 끝내 뚫렸다. 2044년 4월 5일 이지국 총독이 식목일 행사가 열리던 도쿄 하마리큐 공원에서 기념식수를 하던 때였다. 군중 속에서 도시락 폭탄이 날아와 터지면서 수십 명이 쓰러졌다. 수십 개의 파편이 이지국 총리의 몸에 박혔지만 목숨은 건졌다.



자생적 독립군 조직 가운데 유달리 전투력이 강한 부대가 둘 있었다. 코우한즈가 이끄는 자칭 일본 독립군 총사령관과 기타미치군 사령관인 카나사친이 그 주인공이었다. 코우한즈 총사령관은 한국 경찰서와 공공기관들을 습격하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총독부가 그를 잡기 위해 토벌부대를 편성해 뒤를 쫓았지만 한 번은 호오고 지역 골짜기로 토벌부대를 유인하고는 매복해 있다가 20분 만에 2백여 명의 토벌 대원들을 모두 사살하는 대승리를 거뒀다. 호오고 전투로 불리게 된 당시 승리는 일본 민족들에게 독립에 대한 열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카나사친이라는 장수가 이끄는 자칭 기타미치군 부대는 아오야마 일대에서 한국군과 한판 대결을 펼친 끝에 대파하는 쾌거를 거뒀다. 아오야마 전투로 불린 이 전투 역시 일본 사회에 크게 회자되면서 무장독립투쟁에 불을 지폈다.


(마치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와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가 거꾸로 재현되는 듯이 보였다)


열도 전역에서 벌어지는 일본 독립군의 파죽지세와 같은 무장투쟁에 총독부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지국 총독은 일본 민심을 달래고 무장투쟁을 중단하도록 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 본국의 유성국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그 묘안은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승리의 축배를 들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중에 독배가 될 것이란 걸 상상도 못 한 채.


다음 이야기... 당신의 선택은?

1. 대한민국은 일본을 곧바로 완전히 독립시킨다.

2. 대한민국은 일본 열도를 3분할해 각각 자치권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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