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핵재앙 1초 전 -1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by 윤경민

43. 핵재앙 1초 전 -1


"오야붕의 원수를 갚고 말겠어"


317부대의 생체실험으로 희생된 야마구치 히데오.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넘버 2 이토 타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치가야 대청소 작전에서 진압군의 총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며 실종됐던 그가 돌아온 것이다.

나가노는 야윈 모습으로 돌아온 이토를 반갑게 맞았다.


"아니, 이게 얼마 만입니까? 용케도 살아계셨군요"


"거의 죽다 살아났오. 내 비록, 야쿠자로 살아왔지만 오야붕의 원수를 갚고 조국 일본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소. 내게 임무를 맡겨 주시오"


"마침 비밀 작전을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 됐군요"


"무슨 작전이오?"


"과학자 한 분을 모셔와 주셔야겠습니다"


"과학자?"


나가노는 은퇴한 핵과학자 요시하라 타로가 필요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수제자로 일본 핵물리학자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는 전문가였다. 과거 일본이 핵폐기물을 활용한 핵무기 제조 실험을 극비리에 추진하다가 IAEA, 국제 원자력기구에 적발돼 중단한 적이 있는데 그 비밀 연구팀에서 활동했던 자였다.


"요시하라 타로 박사를 은밀하게 모셔와 주세요"


"알겠소"


이토 타로는 즉시 꼬붕 두 명과 함께 행동에 나섰다.


도쿄 네리마구의 한 저택, 정원수의 가지치기를 하던 요시하라 박사 앞에 이토가 나타났다.


"요시하라 박사. 나가노 일본 독립단장의 지시로 박사를 모시러 왔소. 함께 갑시다"


"독립단장이? 아니, 무슨 일로 이 늙은이를?"


"가 보면 알 것이오"


반쯤 협박하는 어투에 요시하라는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마지못해 끌려가듯 승용차에 태워진 요시하라는 안대로 눈이 가려진 채 그날 밤 나가노의 요코하마 비밀 아지트에 도착한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사님"


"이 늙은이를 보자는 이유가 뭐요?"


"일본의 독립을 위해 박사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태주십시오"


설명을 듣고 난 요시하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테러잖소? 무차별 살상"


"무장 투쟁 없이 일본이 독립할 길은 없습니다. 저들에게 우리의 의지를 드러내고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그들의 식민지 국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저희에게 힘을 보태주십시오"


"그렇다고 무차별 살상에 내가 동참하는 일은 과학자의 양심을 갖고 할 수 없는 일이오"


이토가 끼어들었다.


"박사의 부인과 자녀들의 목숨이 내 부하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마시오"


겁박이었다. 가족을 인질로 협박을 받자 도리가 없었다. 요시하라는 고개를 떨궜다.


다음 날 새벽, 롯카쇼무라 핵폐기물 저장소에 요시하라를 포함한 나가노 일당이 침투한다. 롯카쇼무라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폐쇄된 채 방사능 누출사고 감시반만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침투는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

요시하라는 옛 기억을 되뇌었다. 사용 후 핵연료를 활용해 극소량의 핵무기 원료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닷새가 흘렀다.


핵폭탄.jpg


"다 되었소. 이것은 소형이지만 폭발하면 반경 20km 내에 영향을 미칠 것이오. 모든 생명체는 물론 웬만한 건물도 다 파괴되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오. 내 아내와 자식들의 목숨을 위해 만들긴 했지만 부디 쓰이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겠소"


요시하라 박사가 눈시울을 적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형 핵폭탄의 설치 장소는 도쿄도 서북쪽 한국인 밀집지역 하치오오지시, 한국인들이 애용하는 대형 쇼핑몰 '아에라'였다. 핵폭탄 설치는 전사한 독립군 사령관 아키야마 스케베의 부하들이 맡았다.


"폭파 시한은 1시간으로 세팅하고 모두들 신속하게 하치오오지를 빠져나와야 합니다. 아마 요코하마 도착 전에는 폭발할 것이니 방화복과 마스크는 챙겨가십시오"


나가노가 이토와 8명으로 구성된 부대원들에게 명한다.


"동지들의 오늘 작전이 일본의 운명을 바꿔놓을 겁니다. 다들 몸조심하십시오"


"우리 걱정은 마시오. 그럼"


이토가 부대원들을 이끌고 곧바로 하치오오지시로 향한다.




1944년 10월 10일 정오


쇼핑몰 청소원으로 위장한 독립단 대원 8명이 지하주차장에서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이동, 다시 계단을 이용해 옥상에 도착한다. 한 대원이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핵무기를 꺼내 옥상 냉각탑에 부착한다. 60분으로 세팅된 타이머, 온 버튼을 누르자 숫자가 움직인다. 59분 59초, 58초, 57초...

이토와 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평화로운 쇼핑몰엔 여느 때처럼 쇼핑객들로 붐빈다. 유아 용품을 보러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 런치를 즐기는 젊은 남녀, 문화센터를 찾은 중장년층. 모두 반도 출신의 한국인들이다.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한 시간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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