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한미 전쟁의 서막:
도쿄만 상륙작전의 빌미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by 윤경민

45. 한미 전쟁의 서막:

도쿄만 상륙작전의 빌미


어렵사리 핵물질을 탈취해 핵폭탄까지 제조했지만 한국인 거주 지역을 초토화로 만들려던 작전이 실패하자 나가노는 고개를 떨궜다.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어떨까?"


나가노의 동경대 친구 이철훈의 제안이었다.


"미국에 도움을?"


"그래, 미국은 지난 백 년 간 일본과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왔어. 비록 세계 최강대국 자리를 중국과 러시아에 내주긴 했지만 일본이 믿을 나라는 미국밖에 없잖아"


"과연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까?"


"일본이 한국에 먹히고 나서 미국 조야에서 일본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야. 그리고 미국이 다시 과거의 패권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힘을 얻고 있고. 일본 독립단의 도움 요청은 미국에 동아시아 이권 개입에 명분을 제공해 주게 될 거야. 한국의 국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북한과 완전 통일한 것도 아니고 저쪽도 불완전체니까 신속한 대응은 쉽지 않을 테고 현재로선 미국이 군사개입을 할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할 거야"


이철훈의 차분한 설명에 나가노가 왼손 엄지와 중지를 튕기며 핑거스냅 소리를 울렸다.


"그래, 그 수밖에 없겠군. 우리 힘만으로는 도저히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으니 말이야. 도움을 요청하되 미국의 군사 개입에 명분을 줄 만한 사건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나가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회오리쳤다.




1944년 10월 17일 주일 미국 대사관



석 달 전 부임한 탐 코이시 대사가 이철훈과 마주 앉았다.


"나가노 유키오 일본 독립단장이 보내서 왔다고요?"


코이시 대사가 이철훈과 악수를 나누자마자 물었다.


"그렇습니다"


"무슨 일로?"


"불행하게도 일본은 국권을 상실해 나라를 한국에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영혼까지 한국에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수많은 일본인들이 독립의 열망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무장 투쟁도 수없이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바위에 계란 던지기입니다. 일본인들 만의 힘으로는 버거운 싸움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백 년간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일본 독립단은 미국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대한제국주의를 물리치고 패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게 나가노 단장의 생각입니다"


"한데, 당신은 한국인이잖소? 왜 한국인이 일본 편에 서는 것이오?"


의아한 듯 대사가 묻자 이철훈이 비장한 목소리으로 말한다.


"나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한 나라가 이웃 나라를 무력으로 침략해 지배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일본이 과거 한국의 주권을 빼앗아 36년간 지배했다고 해서 지금 한국의 일본 통치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과거 자신이 당했던 것을 잊은 채 지역의 평화를 깨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이래선 안됩니다. 한국인 중에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일본의 독립과 아시아, 세계의 평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음... 사실 나도 미국인이지만 내 몸에는 일본인의 피가 흐르고 있소. 그만큼 일본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랬다. 탐 코이시 대사는 일본계였다.

고조부 때 이주한 일본계 집안에서 태어나 도중에 일부 백인의 피가 섞이긴 했지만 틀림없는 일본계였다.


"뿐만 아니라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오. 사실 본국 정부도 한국의 일본 지배에 동의하지 않고 있소. 그리고 이 상황을 뒤집을 기회를 엿보고 있소"


이철훈이 반색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와 일본 독립단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말씀이죠?"


"본국과 협의하겠소. 오늘 나눈 이야기는 극비에 부쳐야 합니다.

새 나갈 경우 한국의 방해공작이 있을 게 분명하니"


"물론입니다"


이철훈은 탐 코이시 대사와 나눈 이야기를 곧바로 나가노에게 전했다.


"그거 잘 됐군. 철훈이 수고 많았어"




이틀 뒤 요코스카


주일 한국군 부대원들이 기지촌 스트립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일부 병사들은 만취상태가 되어 스트립걸 한 명을 거칠게 희롱했다.


"헤이, 양키 걸! 내하고 프라이빗 댄스 춰야지"


상병 하나가 치근덕거리자 비키니 차림의 미국인 스트립걸이 쌀쌀맞게 코웃음을 친다.


"이 가시내 뭐라카노? 안 춘다는 기가?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을 봤나?"


상병이 스트립걸의 뺨을 후려갈긴다.


"아! fuck you!"


"뭐? 뻑큐~!? 이기 미칬나?"


자존심에 상처 받은 상병이 스트립걸을 패대기치고는 짓밟는다.


그러자 우람한 체격의 미국인 매니저가 달려와 제지한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진다. 주먹다짐이 오가던 중 미국인 매니저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상병이 바지춤에 있던 나이프를 꺼내 찔렀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요코스카 기지촌에서 발생한 한국군 병사의 미국인 살해사건이 보도되면서 반한 감정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국군은 우발적 사고일 뿐이라며 상병의 신병인도를 거부했고 한국 경찰도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나가노는 쾌재를 불렀다. 곧바로 탐 코이시 대사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이 때인 것 같습니다.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때 말입니다. 우리 독립단이 사전 정지 작업을 하겠습니다"


미국은 극비리에 군사작전을 준비한다.


도쿄만 상륙작전.

한미 전쟁의 서막은 그렇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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