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1. 흔들리는 일본 독립의 꿈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by 윤경민

51. 흔들리는 일본 독립의 꿈


그러나 그 누구도 핵 버튼을 쉽게 누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군가 먼저 누를 경우 조건반사 신경처럼 모두 핵미사일을 날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핵 대치는 지속되었다.


2044년 12월 5일 도쿄 독립단 비밀 아지트


전쟁 상황을 지켜보던 나가노가 암울한 표정으로 이철훈에게 말한다.


"이봐 철훈, 이제 희망이 없네"


"그게 무슨 말이야?"


"일본 독립을 위해 지구의 멸망을 방관할 수 없지 않나?"


나가노는 이러다 공멸할 것이라 생각했다. 나가노는 즉시 탐 코이시 주일 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건다.


"대사님, 저 나가노입니다. 일본 독립은 포기하겠습니다. 부디 핵전쟁을 막아주십시오"


"나가노 단장, 이미 엎질러진 물이오. 일본 독립을 포기한다고 해서 이 전쟁이 멈춰지지는 않소. 핵전쟁은 막아야겠지만 일본 독립의 꿈을 저버리지는 마시오. 당신의 결단에 1억 일본인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걸 잊지 마시오. 내 몸에 일본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나가노의 머릿속이 혼란해졌다.


"도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일본의 해방과 세계 평화를 동시에 이루어낼 방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2044년 12월 24일


성탄 전야였다. 고요했다.

교회와 성당에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앞두고 거룩한 성가가 메아리쳤다.

핵 시계는 40일 넘도록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었다.


이오지마 상공 전투 이후 전쟁은 소강상태였지만 세계 경제는 파탄 상태였다.

언제 터질지 모를 핵전쟁의 위기 탓에 전 세계 증시는 폭락에 폭락을 거듭했다.

유가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핵무기가 겨냥하고 있는 도시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시민들의 사재기로 시중에 생필품은 바닥났다.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모든 경제가 마비됐다.

부자들은 서울과 베이징,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그 도시들에서는 탈출 러시가 이어졌다. 전 세계에 대공황의 검은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경제가 파탄으로 향해가자 전쟁 당사국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국면을 전환할 돌파구가 필요했다.

가장 급한 건 미국이었다.

국내에서 반전 운동이 거세게 벌어진 영국과 캐나다가 미국과의 동맹을 느슨하게 하면서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든 데다,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국가들마저 영토 확장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님, 미국이 전쟁 당사국 간 휴전 협상을 제의해왔습니다"


국가 안보보좌관의 보고에 임욱화 대통령이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아직은 시기가 아닌 듯한데. 중국, 러시아 입장은 무엇이오?"


"중국과 러시아도 좀 더 시간을 끌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 가는 선박과 항공기를 모두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란 판단입니다"


한중러 3국은 일단 미국의 휴전협상 제안을 물리쳤다. 나아가 대미 해상, 항공 봉쇄를 한층 강화했다.

미국 외 전 세계 모든 금융기관의 미국 계좌도 동결했다.

그야말로 미국의 목줄을 죄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가는 작전이었다.

코너에 몰린 미국은 점차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핵전쟁이냐, 항복이냐.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국가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