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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눈물의 항복 선언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by 윤경민

54. 눈물의 항복 선언


2045년 1월 2일


TV방송 연설에 나선 로이 페들러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국민 여러분, 우리 미합중국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웠으나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핵이라는 대량살상무기 앞에 인류가 종말을 맞게 될 수도 있는 엄중한 위기 속에 저는 전쟁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의 희생과 참화가 없도록 깨끗하게 항복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점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십시오. 미 합중국 국민 여러분. 부디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로이 페들러 대통령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의 눈가엔 촉촉히 이슬이 맺혔다. 한 때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미국. 그러나 백 년 넘게 전 세계를 호령했던 미국은 더이상 슈퍼 파워가 아니었다. 국력이 쇠퇴하기 시작하며 중국과 러시아, 인도에 경제권을 빼앗겼고 군사력 면에서도 대한민국보다 열등한 국가로 전락한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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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항복으로 3차 대전은 한중러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제 전후 처리 협의가 필요했다. 누가 더 큰 이득을 차지하느냐, 각국이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했다.




2045년 1월 15일 도쿄 제국호텔에서는 한중러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3국 합의대로 대한민국이 오키나와와 규슈를 중국에 떼어주고 홋카이도를 러시아에 내주는 대신 하와이와 괌, 알래스카를 대한민국 영토로 삼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가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을 3분할해 3국이 나눠 갖기로 한 합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할하느냐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때문에 일단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3국위원회를 설치해 공동통치하기로 했다.


결국 일본 열도는 13년 간의 한국 단일 통치 시대의 막을 내리고 3국 분할 통치 시대를 맞게 되었다.


중국 정부는 즉시 오키나와 이름을 류큐로 이름을 바꾸었다. 류큐왕국의 유물과 문헌을 토대로 과거 왕국의 모습을 복원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과거 미군이 주둔했던 곳에는 인민해방군이 상륙해 주둔했다. 규슈에는 총독을 파견해 공용어를 중국어로 바꿨다. 모든 학교와 관공서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10여 년간 한국어를 강요받았던 주민들이 이제는 중국어 사용을 강요받으면서 사실상 일본어는 말살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 교육 당국은 과거 난징 대학살과 같은 일본 제국주의가 저질렀던 끔찍한 악행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도 삿포로에 총독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홋카이도 지배에 착수했다. 역시 학교와 관공서에서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소수민족으로, 오랜 기간 차별받아왔던 아이누족에 대해서는 우대정책을 실시했다. 각종 세금을 면제하고 총독부 관리직에 등용했다. 아이누족을 앞세워 통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극동사령부 군 병력을 하코다테와 삿포로 일대에 주둔시켰다.


규슈 지역에서 오사카나 교토 도쿄와 같은 혼슈 지역, 홋카이도 지역으로 갈 때는 대한민국 또는 러시아의 비자를 받아야 했고 혼슈에서 규슈나 홋카이도로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연히 다른 나라였고 바다가 국경이었다.

이대로 세월이 지나면 3등분 된 일본 열도는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질감 큰 이국으로 변할 터였다.


미국의 힘을 빌려 대한민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던 나가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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