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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나가노를 살린 이철훈의 희생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by 윤경민

55. 나가노를 살린 이철훈의 희생


2045년 7월 13일 도쿄 아카사카 일본 독립단 비밀 아지트.


일본 분단, 3국 통치가 시작된 지 6개월의 세월이 흘렀다.

나가노로서는 절망의 나날이었다.


"아, 일본은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이철훈이 나가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위로했다.


"당분간은 쉽지 않겠네. 국제질서가 이렇게 재편될 줄이야. 나가노, 당분간 숨어 지내며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섣불리 움직였다간 자네 목숨도 위험할 테니 말이야"


나가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도쿄 시내 비밀 아지트도 언제까지 안전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쟁 이후 일본 독립단의 씨를 말리겠다며 이감응이 특공 경찰대를 풀어 나가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철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나가노는 시간이 갈수록 독립의 꿈은 멀어져만 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립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민족의 혼까지 사라지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일본의 분단과 식민지배를 받아들인다면 일본과 일본인은 현실적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로만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뜻을 함께 하는 독립단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조폭에 저항하기 위해 나섰던 야쿠자 일당은 오야붕을 비롯한 간부들이 모두 목숨을 잃으며 와해된 지 오래였다. 자위대 출신 독립군도 대다수가 전사하거나 체포돼 일부만 남았을 뿐이었다. 나가노와 몇몇 지식인, 전 자위대원 몇 명, 그리고 유일한 한국인 친구 이철훈이 전부였다.

사실상 붕괴된 조직을 재건해야겠다며 일본 열도 지도를 펼쳐놓고 과거 조직원들의 거점을 살펴보던 때였다.

갑자기 전깃불이 나가 암흑천지로 변한다.

그리고는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야간 투시경을 쓴 특공경찰대의 습격이었다.


수류탄2.jpg


"유키오 군 용기를 내! 포기하면 안 돼"


펑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지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졌다. 이철훈은 나가노 유키오에게 외쳤다.


"제발 포기하지 마! 일본 독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해"


철문을 폭파한 특공경찰은 사무실에 연막탄을 던지고 20여 명의 비밀 일본 독립운동 단원들을 체포한다. 이철훈은 비밀 통로를 통해 나가노 유키오를 빠져나가게 하면서 마지막 외마디를 던지고 수류탄을 안은 채 자폭해 비밀통로를 막았다.


"안돼!"


친구 이철훈의 죽음에 나가노는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지하 비밀 통로를 빠져나와 향한 곳은 이철훈의 아내인 오숙희의 도쿄 신주쿠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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