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나가노로부터 남편 이철훈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오숙희는 흐느껴 운다. 주룩 주룩 눈물이 양쪽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울음소리를 참으려 하지만 감정을 제어할 수는 없다.
반제국주의자였고 인류 평화주의자였던 남편과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던 오숙희는 남편의 죽음 앞에 나가노가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오숙희는 나가노를 원망하지 않았다.
"철훈 씨는 한국과 일본의 우호관계 복원을 위해 당신을 도왔어요. 철훈 씨는 백여 년 전 일본이 한국에 저질렀던 짓을 한국이 똑같이 하는 것을 보고 괴로워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일본의 독립을 이루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이제 모두 헛된 꿈이 되었군요"
오숙희는 남편의 사망에 충격을 받고 비탄에 잠기면서도 나가노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슬퍼했다.
"다 내 탓입니다. 철훈은 나를 구하려고 목숨을 버렸어요. 숙희 씨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내가 죄인입니다"
나가노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낮은 목소리로 이어갔다.
"결심이라니, 무슨 결심을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오숙희가 물었다.
오숙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가노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왼손 엄지로 안전장치를 풀고는 레버를 잡아당겨 장전한다.
나가노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비장하게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