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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뜻하지 않은 망명

한일 전쟁 미래 소설

by 윤경민

57. 뜻하지 않은 망명


최후를 향한 나가노의 몸짓에 흠칫 놀란 오숙희가 뛰어든다.


"이러려고 철훈 씨가 당신을 위해 목숨을 버렸나요?"


오숙희가 나가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소리쳤다.


"백 년 전 조선은 36년 간의 억압의 시대를 종식하고 광복을 얻었어요. 일본 제국주의에 굴하지 않은 광복군과 임시정부, 그리고 민중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자, 나가노 씨 당신이 목숨을 끊는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뿐이에요. 아직도 희망은 있다고요. 저기 밖에 침묵 속에 살아가는 민중들도 마음속으로는 당신을 지지하고 있단 말이에요"


나가노의 두 손을 꼭 부여잡은 채 오숙희가 조근조근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안주머니에서 봉투 한 장을 꺼낸다.


"이것 보세요. 스위스 베른에 있는 국제반전평화위원회로부터 온 편지예요. 신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라 모든 식민지배를 종식하고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한다는 내용이에요. 그리고 당신, 일본독립단장 나가노를 위원회 일본 대표로 위촉한다는 위촉장도 여기 있어요. 스위스로 건너가 임시정부를 세우세요"


나가노의 볼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 때문에 남편을 잃었는데도 원망하지 않고 일본의 독립을 위해 망명하라니"

나가노는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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