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한국의 노동 시장은 꽤 다르다. 그렇다 보니 사회 초년생이던 사회 후년생이던, 호주에서 처음 구직을 하면 이런저런 일을 겪기 마련인데, 상당수가 구직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일단 호주는 채용 형태가 세 가지이다. 풀타임, 파트타임, 캐주얼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파트타임과 캐주얼을 혼동하여 받아야 할 대우를 적절하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풀타임은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정규직에 해당한다. 평균적으로 주 38시간 정도를 일하고 퇴직이나 해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쭉 한 군데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계약서를 쓰고 정해진 기간 동안만 풀타임으로 일하기도 한다. 정규직이면서 기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것은 좀 생소할 수 있는데, 호주에서는 계약직이라고 해도 값어치가 있는 노동자라면 풀타임에 해당하는 혜택을 주고 고용을 한다. 호주 정규직의 가장 큰 혜택은 유급 휴가인데 일 년에 4주까지 쓸 수 있고 병가도 10일을 따로 쓸 수 있다.
파트타임에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평균적으로 주 38시간 이하를 일하고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시간을 일하는 경우를 파트타임이라고 한다. 즉, 시간이 적은 풀타임으로 생각해도 좋다. 물론 풀타임과 파트타임의 경우, 혜택에 차이가 조금 있지만 둘 다 정규직에 해당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휴가 및 병가 혜택도 같다. 그리고 항상 같은 시간을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급의 개념이 아닌 월급 개념으로 돈을 받는다.
문제는 워홀러들이 많이 하는 캐주얼이다. 요즘도 종종 한인 잡 공고를 보면 분명히 캐주얼인데도 파트타임으로 올리는 경우를 본다. 캐주얼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풀타임, 파트타임과 같이 연차와 휴가 혜택이 없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주에 일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on-call, 즉 부르면 가고 안 불러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고용 불안정성 '덕분에' 시급은 나머지 두 형태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나쁜 고용주의 경우 캐주얼처럼 본인이 필요할 땐 부르고 안 바쁘면 집에 보내면서도 고용은 파트타임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즉, 시급은 파트타임 시급으로 낮게 책정하지만 엿가락 늘이듯 시간은 맘대로 준다. 그러면 그렇다고 해서 파트타임에 해당하는 유급 휴가를 모두 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워홀러들을 등쳐먹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자, 호주에서 구직하면서 눈탱이 안 맞으려면 잘 알아둬야 한다. 만약 회사나 가게에서 풀타임, 파트타임으로 본인을 고용할 경우, 매년 웨이지(wage 봉급) 외에도 1달 유급 휴가와 10일 병가 혜택이 있다. 그리고 노동 시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웨이지가 매주 혹은 매달 지급된다. 다시 말하지만 1달 휴가는 유급이니 만약 사장이 무급으로 처리하려고 하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또, 캐주얼로 일하는 경우, casual loading, 즉 캐주얼 직원이 받지 못하는 휴가 및 연차 혜택을 대신해 시급을 올려서 주는 것을 꼭 확인해야 한다. 워홀러들이 많이 하는 레스토랑 일의 경우, 현행 법에 맞게 시급을 주면 3개월만 일하는 제일 막내 수습 직원이라고 해도 최소 시급이 24.36이고 주문부터 청소, 정산까지 하는 직원이면 최소 시급이 26.93이다. 여기다 주말에 일하면 holiday loading이 붙어 1.5배를 더 받아야 한다. 또 퇴직 혹은 해고의 경우 도의상 서로 1-2주 정도 말미를 주기는 하지만 현행 법 상 어떤 공지 없이 실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현실과 현행 법에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본인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현실을 대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풀타임, 파트타임에 경우 유급 휴가 챙기는 것, 캐주얼에 경우 시급 로딩 챙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섞어 시급은 풀타임, 파트타임인데 휴가 및 연차는 안 주면서 고용주 입맛에 맞게 사람을 부리는 경우, 일단 고용주와 잘 얘기를 해보고 얘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면 Fairwork Ombusman이라는 기관에 신고를 해도 좋다. 이런 공공기관의 경우 통번역 서비스도 있기 때문에 전화해서 I speak Korean, please라고 간단히 얘기하면 된다. (너무 말을 잘하면 통번역 서비스를 연결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통번역이 필요한 경우 저렇게 적당히 어설프게 얘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수퍼(Superannuation), 즉 연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싶다. 호주는 연봉에 9.5%를 따로 연금으로 넣어줘야 한다. 가끔 정말 나쁜 사장의 경우, 시급에 연금이 다 포함되어 있다는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말을 시전 하는데 이런 곳은 그냥 애초에 일을 시작하면 안 되는 곳이다. 그리고 웨이지의 경우, 안 줄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시급을 쳤던 안 쳤던 어쨌든 지급이 되지만 연금은 그렇지 않다. 최소 3개월마다 지급을 해야 하지만, 딱히 이걸 감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연금 지급이 늦어지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아는 분도 몇 년치를 못 받고 일을 그만둬서 계속 예전 사장과 얘기를 하고 있는 분도 있다.
수퍼의 경우 풀타임과 파트타임은 봉급의 9.5%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캐주얼의 경우 한 고용주 아래 $450 이상 벌고 18세 이상이면 번 금액의 9.5%를 수퍼로 받아야 한다. 여기서도 위처럼 칵테일 만들듯 본인에게 유리한 점만 쏙쏙 빼서 수퍼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잘 알아놓고 본인이 챙길 수 있는 혜택은 모두 챙기는 똑똑한 호주 외노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