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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티 Dec 08. 2020

부록_K 언니의 또 다른 지인

언니가 아는 사람들은 다 왜 그래

워홀러들이 공장이나 농장으로 이동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 삼총사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고, 가장 편한 방법인 자차 이용도 있는데, 오일 셰어라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 오일 셰어는 온라인이나 아는 사람을 통해 자차가 있는 사람과 이동 팀을 꾸려 같이 이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동하는 기름 값을 함께 부담한다는 의미에서 오일 셰어(Oil share)라는 이름이 붙여진 모양이다. 


오일 셰어는 이동을 계기로 잊지 못할 로드 트립도 하고 좋은 친구도 사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실패 확률도 굉장히 높은 하이 리스크, 하이 일드형 이동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클수록 당사자가 느끼는 매력도 왠지 모르게 큰 법. 그래서 그런지 우리 K 언니의 지인도 시드니 최대 한인 사이트인 호주나라에서 오일 셰어 팀을 꾸렸다. 


당연히 그녀는 같은 한인이니까 언어 장벽 문제도 없고 더 의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오일 셰어를 함께 떠난 남성 두 명과 한 두세 시간 정도를 갔을까? 이들은 갑자기 차를 세우고 그녀에게 당장 내리라고 명령했다. 거기다 이렇게 집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사람을 버리는 이유가 정말 가관이었다. 재미가 없어서. 정말 단순히 그녀가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치 먹다 남은 쉰 김밥 버리듯 사람을 내쳤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너무 황망한 나머지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차에서 내렸고,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자기를 두고 가는 차 뒤꽁무니를 보며 목 놓아 한참을 울었는데, 갑자기 어떤 현지 호주인 아저씨가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그때만큼은 최대한 손짓 발짓해가며 설명을 했고 아마 아저씨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했던 모양이다. 일단 자기 집으로 그녀를 데리고 가서 외국인 노예로 부려먹고.... 가 아니라 살 집부터 시작해서 일자리까지 일사천리로 모조리 해결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K 언니의 지인은 아저씨와 아저씨 가족을 통해 진짜 호주 아웃백에서 진정한 워홀 경험을 했단다. 물론 영어 실력도 일취월장했고. 당시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게 바로 워홀 버전 신데렐라구나라며 감탄하는 동시에 우리도 남의 말만 믿고 허탕을 쳤으니 약간 씁쓸한 자조적인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자나 깨나 사람을 조심해야 하지만, 또 문제는 사람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삶의 깊이를 실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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