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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Sep 22. 2022

자꾸 떠나는 이유 (하)

사람에게서 도망치지 않으려면

왜 헤어지는가.

그렇게 좋던 사람이 왜 싫어지고, 바뀌지 않을 거라고 결정하고, 그래서 결국엔 떠나기로 마음먹는가?


<안 맞으면 헤어져야지 or 맞춰가며 사는 거지>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대전제 사이에서 후자가 정답이라는 걸 알지만 언제나 하던 대로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만다. 내가 ‘안 되겠다, 우리 헤어져’한테 승기를 쥐어준 건데 왜 늘 내가 패배자가 된 기분일까.


[1] 이번 집

얼마 전 떠나온 전 남친과 이번에 나를 몰아낸 앞 집 외국인 이웃의 공통점을 생각해봤다. 나는 둘에게 주로 어떤 말을 했더라, *속으로?


너도 상식이란  있으면 나에게 맞출 것이다.  대단한  요구하는  아니니까. 깨닫고 고칠 것이다. 충분히 기다려주자.’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다가 터졌다.   자책 같지만 내가 너무 오래 참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았다. 손해보고  사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피해를 봐도 바로 ‘ 이거 싫어!  고쳐했을 것이다. 그런데  ‘ 내면 안돼딜레마에 빠져서 맨날 말할까 말까 사이에서 흔들리다가 씨알이 먹히는 기간을 놓쳤다. '화내지 않고 말하는 방법이 뭘까매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무엇을 말해야할지 몰랐던 것 같다.


라디오스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양재진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 배려는 ‘내가’ ‘*주는 이고, 눈치는 ‘나를 싫어할까 ’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정권이 내게 없는 거라고. 참을 인자 새기며 득도할 수도 있겠지만, 참는 것의 가장 위험한 것은 솔직함을 잃어버리는 있다. 그저 ‘내가  노력해야지하며 덮다보면 나에게 필요한  뭔지,  요구해야하는지 알아차릴 기회를 놓치고, 상대와 솔직한 마음으로 의논하고 조율하고 같이 노력해나가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놓친다.


그리고 요구를 했음에도 똑같은 일이 3번 넘게 반복된다면 상대는 내 요구를 모르는 것이다. 화를 내든 말든 요구는 확실하게 하자. 속으로만 말하지 말고! 들어줄 사람이면 빨리 들어줄 것이고, 거듭 말해도 의논 단계까지도 안 간다면 떠나야겠다는 판단을 빨리 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2] 저번 집

전 남친과 내게 전세사기 친 놈 황지홍의 공통점을 생각해봤다. 일이 잘 안 풀릴땐 뒤를 돌아보자.


나는 해야 하는  뭔지 알고 있다.  면서도  하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나중에  뒤탈이 생기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나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 자꾸 생기는데 이걸 신호라고 생각  해서 그때  해야 하는 조치를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생각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신호는 누구나  캐치한다. 그러나 나쁜 일은 빨리 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일이 주는 나쁜  심화과정 신호는 무시하기 쉽다. 그런데 나는 태생이 ‘이거 잘못되면 어떡해하는 불안에 예민한 편이라 상황이  좋아질 거란 신호도  알아챈다고 생각했는데. 6 전엔 불안할 줄만 알아서 사기를 당했다 쳐도 지금은 노력형 ‘   거야사람이 되었는데도 역시 이별을 막을  없었다.


얼마나 더 예민하게 갈등을 샅샅이 뒤져서 부정적인 신호를 찾아내야 할까? 그러나 모든 일을 신호와 단서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노릇. 진짜 나쁜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신경쇠약으로 죽을 수도 있다. 이별이든 야반도주든 나쁜 일이 닥치면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 야반도주는 처음이었고 이별은 많이 해봤지만 매번 처음 겪는 일처럼 아프다. 살던 집에 추억을 잔뜩 두고 도망 나온다. 겪고 난 뒤에 남은 짐을 이렇게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과오를 복기하는 건 너무나도 마음 아파.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자꾸 떠나는 이유>를 이렇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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