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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Sep 29. 2022

지금 집 앞인데 들어가도 되나요?

몇십 명이 내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

2년 전 이 집 들어올 때 계약했던 MJ부동산에 다시 집을 내놓고 열흘이 지났는데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다. 그 부동산만 믿을 건 아닌 것 같아서 올릴 수 있는 데는 직접 다 올려보았다.


아래는 집 내놓은 사이트들.

1. 네이버 부동산, 다방, 직방 : 부동산에서 등록해준다.

2. 부동산 : 네이버 지도에 부동산을 검색해서 주위 부동산 30여 곳에 일일이 전화 걸어 집을 내놨다. 그리고 부동산 핸드폰 번호로 주소, 집 비밀번호, 사진 대여섯 장, 가격, 관리비, 5월 안으로 오면 내가 복비를 내주겠다는 보너스까지 다 써서 문자를 보냈다.

3. 당근 마켓 부동산 : 인스타그램 광고처럼 여기도 광고비에 돈을 쓸 수 있다. 노출수를 높여 광고를 게재했다.

4. ‘피터팬의 좋은 집 구하기’ 네이버 카페 : 여기는 부동산 직거래 카페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중개사 없이 직접 계약하는 직거래가 대부분이고 제휴 부동산 매물도 있다. 카페에도 게시판이 엄청 많아서 내 집에 해당되는 모든 게시판에 글을 쓰면 좋다. 서울, 투룸, 전세, 전세대출 이런 키워드의 게시판에.

이건 여담인데 6  내가  카페에서 집을 찾아 세입자와 전전대 계약을 했다가 전세 사기를 당했다. 나의 아픔으로 봤을  부동산은 무조건 공인중개사에게 중개 수수료를 내고 계약해야 한다. 보증금이 적은 월세나 단기계약은 몇십만  하는 복비가 솔직히 아까울  있다. 그러니  카페가 장수하는 거겠지. 그러나 보증금이  전세나 매매는 부동산이  처음부터 끝까지 케어해줘야 한다. 재고 따질 일이 너무 많고 입주 후에도  일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게시글 끝에 부동산 끼고 계약하라는 말을 썼는데, 만약 운영진이 직거래 글이 아니라고 내리겠다고 하면 어쩔  없다.



30개 넘는 부동산에 내놓은 만큼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요즘 시대에 4500 전세가 궁금하긴 하니까.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하루에 두 번 오는 날도 있었고 어떤 주는 아예 없기도 하고 대중이 없었다.

내 방의 비밀번호를 최소한 30명 아니, 부동산에 직원이 둘셋 있는 곳도 있으니까 대략 50명 정도는 안다. 동네 공원의 수도꼭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언제라도 갑자기 누가 들르겠다고 할까 봐 내 집에 있는 게 편하지 않았다. 얼마 전 내가 집주인에게 ‘앞집 외국인 집에 커플이 발정 난 고양이랑 같이 살아서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일러바친 후로 고양이도 남자도 쫓겨난 듯했다. 한동안 조용했는데 언제부턴가 다시 새벽마다 남자 친구’들’이 까치발을 들고 복도를 걸어 들어와서 그 집 문을 손톱으로 톡톡톡 두드려서 들어갔다. 미칠 노릇이었다. 새벽마다 조그만 소리에 깨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5월 초부터 이삿짐을 다 싸서 박스 6개를 집 밖 계단 아래에 내놓고 살았다. 5월에 비는 왜 이렇게 자주 오던지. 밖에 내놓은 박스 누가 테이프 뜯어 열어볼까 불안하고 곰팡이 필까 불안했다.


6월이 되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집에 거의 안 들어갔다. 핸드폰 공기계에 <알프레드>라는 cctv 어플을 깔아서 홈캠처럼 빈방을 비춰놓았다. 부동산에서 집 보러 간다고 전화 오면 곧 알프레드 어플이 모션인식 알람을 울려서 CCTV로 사람들이 내 집에서 뭘 하는지 보았다. 내 침대에 앉기라도 하면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혹시 화장실을 쓰고 나올까 봐, 내 짐을 들춰보거나 속옷을 가져가거나 할까 봐 CC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좁은 방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들 금방 보고 나가버렸다. 허무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는 핸드폰을 엎어놓았다. 요즘 홈캠 해킹도 많으니까 카메라를 꺼도 불안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집에 도저히 못 살겠어서 6월에는 엄마 집에 가서 한동안 지내고, 전시 준비로 온종일 도서관에서 밤도 새우고 하면서 가능하면 집에 머무는 시간을 줄였다. 집 내놓으면 이럴 줄 알고 집주인에게 이사 나간다는 말을 미루고 미룬 건데. 그래도 매도 먼저 맞고 안전하게 원하는 날짜에 이사 나가는 편이 나았겠지…



만약 내 집에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이 싫다면 방법이 있다. 세입자가 만기보다 일찍 이사 나가야 하거나 집주인이 방 빼야지만 돈 줄 수 있다고 버티면 세입자도 적극적으로 집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협조할 필요가 없다. 이 기간도 엄연히 내가 돈을 지불한 계약기간이다. 그럴 때는 이렇게 하면 된다.


- 부동산에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고 내가 집에 있을 때만 오게 해서 직접 문 열어 보여준다.

- 가능한 요일, 시간을 정해서 부동산에 알려주고 나도 웬만하면 그 시간에는 집을 지킨다. (주말, 평일 7시 이후같이. 근데 저녁 7시까지 일하는 부동산은 없다.)  그러면 부동산에서도 집 보러 온 사람과 1차적으로 약속하기가 쉽다.

- 부동산에게 오기 전에 미리 꼭 연락을 달라고 한다. 몇 시간 전에 약속을 잡아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불쑥 부동산에 와서 ‘이 동네 집 좀 보여주세요’ 하는 손님은 못 볼 거라는 걸 감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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