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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Mar 27. 2022

언어의 재발견

11. 혼전순결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섹스'라는 책에 의하면, "수천 년에 걸쳐 사람들은 섹스에 관해 쓸데없는 당혹감과 죄책감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물론 그러한 감정들은 종교적 편견과 현학적 사회관습의 사악한 결합이 만들어낸 결과라 말한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호의 발사 사이의 어느 무렵부터 상황이 차츰 개선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침내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비키니를 입게 되었고, 자위행위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쿤닐링구스 같은 말을 입 밖에 꺼내도 될 만큼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포르노 영화도 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섹스를 하려고 할 때 큰 혼란과 죄책감을 느꼈다면, 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오히려 기대감과 자신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섹스가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고 신체적으로도 활력을 주는 유익한 유희로서, 말하자면, 현대인의 삶에서 유발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누구나 가능한 한 자주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대한민국 또한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마저도 글로벌화되었다. 모 컬럼의 내용을 옮기자면, 1985년에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결혼전까지 반드시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데 찬성하는 여성이 69% 였으나, 2015년도에는 결혼 상대자의 순결을 문제삼지 않겠다에 남성은 77%, 여성은 82%가 찬성을 보였다고 한다. 거의 10년 전의 설문조사이니, 2022년에는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여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행위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변하였지만 '성'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즉 결혼의 유무와 상관없이 성적 행위가 가능하다고 인식은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여성의 성생활은 감추어야 하고, 여성이 쾌락을 표현하면 부끄러운 일로 생각한다. 일부 페미니스트의 성 인식에 대한 당당함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여전히 많은 여성은 성의 쾌락을 당당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조차 여성이 자신의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2022년도에 상영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가 이를 증명한다.


https://www.netflix.com/title/81137265


결국, 최소한 혼전순결이라는 단어가 국어사전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성은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식될 수 없을 거다. 그렇게 언어의 힘은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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