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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Mar 31. 2022

언어의 재발견

12. 학벌

'한림대 출신이 무슨 정치냐'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던 대학의 영문 첫 글자를 모으면 '하늘'을 일컫는 SKY 가 된다.  

이런 표현도 있다. 국가표준을 일컫는 KS인증, 경기고등학교를 나와서 서울대에 들어가는 경우를 말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이미 '라떼'가 된지 오래다.

2021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여하튼 타고난 소수의 천재를 제외하고 공부를 잘했다는 건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주입식이니 암기 위주의 교육이니 하는 것을 논하기에 앞서 그 노력만큼은 칭찬받아야 한다. 물론 공부와 관련된 노력만 중요하거나 고귀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만 평범한 사람에게는 학창시절에 주어진 시간의 대다수는 공부와 관련된 시간이기에, 그 시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하게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


딱 거기까지다. 칭찬은 여기에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소위 명문대에 합격한 순간, 평생의 칭찬을 보장받는다. 그렇게 문제는 시작된다. 사실 대학 입시결과에 대한 칭찬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1년이다. 공부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는 평생해야 하는 거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학벌의 '벌(閥)'은 문의 왼쪽 기둥을 뜻한다. 그렇다면 다른 기둥 하나는 무엇일까.문의 오른쪽 기둥은 '열(閱)'이라 일컫는다. 그렇게 나라에 공이 많고 벼슬을 하는 집안은 '벌열(閥閱)'이라 불렀다. 오른쪽 기둥을 뜻하는 '열'은 '검열'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학문을 끊임없이 검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공부를 멈추면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 선조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무지란, 지식의 결여가 아니라 지식의 포화상태로 인해 미지의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SKY나 KS인증을 받은 사람들이 공부를 멈추는 순간, 어쩌면 나보다 무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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