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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부 Apr 19. 2022

화가의 시선

2. 가채

여성 시리즈로 가는 길목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그림과 비교하면 머리숱이 거대한 크기로 확장되었습니다.

모티브는 스티커 사진가게의 가발입니다.


누구보다 소심했던 저는 스티커 사진가게에서 악세사리를 착용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사진을 찍을때도 함박웃음 대신에 슬그머니 미소만 짓습니다. 그림 속 여인처럼. 동경은 언제나 결핍에서 오나 봅니다.

 

이전과 달리 보이고 싶을 때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여성들이 기분전환으로 미용실을 찾는 이유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쓰임새와 모양새는 다르지만, 아주 옛날에도 '가채'라 부르는 것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헤어스타일이 여성에게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남성도 헤어스타일에 따라 이미지가 사뭇 달라집니다. 저도 헤어스타일에 유난히 민감합니다. 하지만 제 눈에 안경이라고, 주제넘게, 헤어디자이너 솜씨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날이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다시 다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직접 자를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가위를 구입했지요.


그렇게 시작된 자가 헤어컷은 이제 20년 가까이 됩니다. 간혹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묻습니다. 뒷머리는 어떻게 하나요? 저도 참 신가합니다. 거울을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손으로 머리카락을 잡으면 느낌이 옵니다. 오히려 뒷머리를 손질할 때는 눈을 감습니다. 촉감을 떠올리려고 말입니다. 소질이 있나 봅니다.

일찍 미용사의 길을 걸었으면 제 인생이 또 어떻게 변했을까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은 그렇게 제 사전에서 지워졌습니다 :)

물론 그 속담은 실제 머리를 깎는 것을 의미하는 말은 아니지요. 자기가 자신에 관한 일을 좋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어서 남의 손을 빌려야만 이루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른 말입니다.   


참, 이제는 미용실에 한번 들릴까 합니다.

나이가 드니 머리카락도 힘이 빠지나 봅니다. 파마를 할까 싶은데 그것까지는 혼자 못하겠습니다 :)



https://ko.wikipedia.org/wiki/%EA%B0%80%EC%B2%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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