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펄(Pearl)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를 모티브로 그린 작품입니다. 목사와의 하룻밤으로 태어난 헤스터의 딸 '펄'의 성장한 모습을 상상하여 그렸습니다. 책에는 펄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펄의 야성적이고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에 요정과도 같은 표정이 나타나면 그애는 이상하게도 아득히 멀고 잡히지 않는 몸이 되었다.'
엄마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아버지에게 부정당하는 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낙인된 엄마의 주홍글씨를 딸의 머리색을 표현하였습니다.
책에는 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그 글씨는 너무나도 깊이 낙인 찍힌 듯하여 떼어버릴 수가 없습니다. 제 자신이 고통은 물론이고 그의 고통까지도 제가 견뎌낼 작정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주홍글씨가 있습니다. 그 글씨가 짙어져 밖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늘 조심하며 살아갑니다. 저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주홍글씨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쩌다 누군가의 주홍글씨를 보게 된다면, 잠시 외면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서로의 주홍글씨가 보이지 않도록 꼭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펄이 그런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