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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사막 Sep 01. 2022

Epilogue. 열기구엔 화구가 필요해

 <언제나 내게 희망을 준 언니에게>

 사막과 숲을 품은 윤에게. 이제는 언니가 된 과외쌤한테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쓰는 내내 나는 사막만 떠올렸는데 언니에게 그런 메시지를 받자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숲. 맞아, 나는 사막이 아니라 태양이 되고 싶었지. 사막과 숲을 품고 있는 태양이었지. 프롤로그에도 그 이야기를 썼다. 너는 숲을 지키는 완숙한 태양과 같아. 그때도, 지금도 새삼스럽게 슬프면서 기뻤다. 생명력이 넘치는 그 이미지는 더 이상 내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사실 이야기를 이어가는 내내 나는 사막에 매몰되어 있었다.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극단이, 사막이 영원이라면 내가 곧 극단이고 사막이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사막의 끝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주저앉은 채 안주하려고 했다. 병은 병일뿐이지, 내가 아닌데. 동시에 쓰면서도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굳이 살아야 할까. 이제는 확실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살아야지. 이왕 산다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지. 이렇게 축하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부고 소식이 들리지 않게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여태까지 들은 고마운 말들이 있는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디어 흔들리던 마음을 굳건하게 자리 잡게 만들었다.


 <불신의 늪을 이겨내고 끝내 만나게 된 노엘에게>

 애인에게는  미안하기만 하다. 어떻게 글만 쓰면 반성문이 나오는지 내가 그동안 정말 잘못했구나, 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었다. 가족들도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반발심만 강한 나를 어찌 사랑한 건지 대단하기만 하다. 애인이 정말 많이 울었다. 눈물을 흘리는 애인을 보고 멍하니 지켜본 내가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안아주지 못했을까,  빈말이라도 살겠다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병에 휘둘린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없는 네가  때문에 많이도 힘들었지. 이제 우리는 괜찮지 않을까. 가족을 만들었고, 나는 다시 결심을 했으니까 정말로 괜찮아지지 않을까. 어차피 죽을  아니라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던 나였으니까,  예전 모습을 보아서라도 나를 다시 믿어줬으면 좋겠다.  애인이자 이제는 가족이  노엘. 그리고 우리의 반려가 되어준 썸머와 코코. 이렇게 넷이서 같이 하루를 보내는  역시 나는 행복한  같아. 이렇게 가족  우리를 사랑해.


 <이제는 정말로 엔딩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당연하단 듯이 아니요? 제가 웃는다고 해서 행복한  아니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은 날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헷갈려요. 조금 행복하거든요. 가만히 누워있는데 무섭지 않아요.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좋아요. 책과 함께 마시는 커피가 좋고, 알록달록한 소품들이 좋고, 이것저것 계획할  있는 미래가 좋아요. 많이 달라졌죠. 어차피  거라면 열심히  거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단번에 낫는다면 병이 아니겠죠. 여전히 불안한 날에는 숨이  쉬어지고, 사는  무서운 날에는 잠이 오지 않아요. 그런 것들은 괜찮아요. 새삼스럽게. 이제는 그런 날이 줄어들었다는  중요하죠. 확실히 무언가 줄어들고 있어요. 사는  정말로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요새는  그렇지도 않아. 나는 아마  살지 않을까요? 나는 정신력도  있는 편이고, 하고자 하는  나름대로 해냈거든요. 물론, 좌절도 많았죠. 하지만 그런 것들은 후회가 되진 않아요. 어차피 내가  이길 역경이었고,  역경을 이길 만큼의 노력을 하기엔 정말 무리였거든요. 또다시 그런 역경이 찾아올 수도 있죠. 그래도 무언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미성년자 때보다는 스무 살이, 스무  때보다는 이십  중반이, 그리고 끝내 지금이 가장 나을 때거든요. 여전히. 지금도 나는 무서운  많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살아야 하는   길이라면 나는 누구보다  살아야 해요. 그게  목표고 해내야 하는  해야 하니까요. 나는  내가 바라던 나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행복이니까요. 나는  게 있어 자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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