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는 왜 유튜브로 남의 집 고양이를 보고 있는가. 매일 보는 게 고양이요, 바쁜 아내보다 더 자주 내 곁에서 잠을 청하는 것도 고양이다. 그런데 나는 유튜브로 고양이를 본다. 출근길에도, 목욕을 마치고 잠깐 쉬는 동안에도. 심지어 요새는 호랑이와 사자도 본다. 하다 하다 알고리즘에 이끌려 온갖 고양잇과 맹수들의 영상까지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왜일까. 우리 집 똥고양이들로는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 있는 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동물 애호가의 피가 내 몸에 흐르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갖다 붙여야 한다. 우리 집 녀석들이 서운해할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이유를 찾았다. 다양한 고양이들을 관찰하고 정보를 얻음으로써 우리 집 고양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고양이
솔직해지자. 실은 그냥 재밌다. 봐도 봐도 새롭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만 영접할 수 있다는 물 속성 고양이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가족들에게 장난만 치는 맹랑한 녀석들까지, 세상에 참 별의별 고양이도 많다. 웬만한 어린아이보다 키가 큰 메인쿤 같은 고양이는 어떤가? 고양이인지 삵인지 모를 어딘가 이국적인 모습의 고양이도 보인다.
감동은 감동대로 챙길 수 있다. 두려움도 잊고 창을 두드리며 추위와 배고픔을 호소하는 고양이를 거두는 이. 사람을 싫어하고 무서워했으나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고양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노인과 고양이. 가끔은 영상을 보며 청승맞게 혼자 눈시울을 붉히다 괜히 겸연쩍어, 내 가슴 위에서 졸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톡 치고는 말한다. “행복한 줄 알어, 이것들아.”
아내의 말에 의하면 난 확실히 고양잇과는 아니다. 따지자면 개과에 가깝다 했다. 그리고 개과에 가까우니 개 같은 남자라 했다.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가 없었으나 고양이 같은 남자라고 해도 딱히 칭찬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좋다. 다른 것에 끌리는 법이라 했던가? 개도 좋아하지만 유독 고양이 쪽 녀석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난 고양이를 키우는 개 같은 남자다.
그런데 잠시 잊고 있었다. 이미 우리 집에는 노래하는 고양이도 있고, 집사 껌딱지도 있다. 괴식과 각종 변태 행각을 일삼는 고양이도 있다. 놀랍게도 이건 모두 한 고양이에 대한 서술이다. 다른 녀석들의 일상까지 다루면 콘텐츠도 충분해 보인다. 100만 유튜버에 도전해 볼까? 그러나 아쉽게도 난 영상을 만드는 재주가 없다. 대신 즐거움과 감동을 전해 줄 고양이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종일 따라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잠시 한눈을 팔면 변기 물을 마시기도 하는 루비. 빼앗긴 아내의 팔은 언제 돌아오는가!
캣브로가 즐겨 보는 고양이 채널
소개할 내용은 순전히 주관적인 취향만으로 고른 채널들이다. 정확히는 요새 자주 보는 채널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계절 따라 기분 따라 자주 보게 되는 채널도 변하는 것 같다. 노파심에 해당 채널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미리 밝힌다. 혹시 사소하게라도 논란이 되었던 곳이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모든 사건까지 꿰고 있는 것이 아님을 미리 양해를 구한다. 가나다순으로 소개한다.
냥신TV, 미야옹철의 냥냥펀치, 윤샘의 마이펫 상담소 - 모르면 간첩, 집사들의 바이블 | 과연 이 채널들을 모르는 집사가 있을까? 그야말로 육묘의 A to Z,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채널이다. 고양이 관련 정보가 필요할 때는 항상 먼저 찾게 된다. 육묘 환경 조성이나 행동 교정 같은 필수 팁 외에도 깨방정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일상이 함께 담겨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냥신 나응식, 미야옹철 김명철 선생님은 TV 프로그램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제보자들의 고민을 풀어 주는 해결사로도 등장했는데, 종종 합동 방송을 하기도 한다.
Romantic cat 낭만고양이tv - 감동과 함께 웃음을 주다 | 유기묘를 구조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주 콘텐츠로 하는 채널이다. 별도로 고양이 쉼터를 마련하였는데 몇몇은 눌러살기도 하는 모양이다. 길냥이와 외출냥이의 사이쯤 되는 이 녀석들의 쉼터 생활을 보며 고양이와의 공존은 어떠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 짧고 강렬한 꿀잼 영상들도 다 보지 못할 만큼 많다.
밀키복이탄이 - 고양이와 개, 그리고 남자 | 사모예드 밀키, 노르웨이숲고양이 광복이, 치즈태비 코숏 탄이와 지내는 잔잔한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편집이 돋보이는데, 콘텐츠 또한 유쾌하다. 고양이와 개 앞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척해 보기, 장애물 피하기 등 다양한 몰카(?) 상황에서 고양이와 개가 보이는 반응 차이가 정말 재미있다. 장담할 수 있다. 보는 내내 계속 아빠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산골짜기동물칭구 - 힐링이 필요한 이들에게 | 말 그대로 산골짜기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이다. 집사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는지 때깔도 좋고 통통한 게 보는 내가 다 흐뭇하다. 놀이터는 물론 온돌방까지 갖춘 지상 낙원에서 지내는 녀석들을 보며 내가 고양이가 되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출퇴근길에 한 편씩 보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SBS TV동물농장×애니멀봐 - 나는 때로 호랑이가 보고 싶다 | TV동물농장이 유튜브로 돌아왔다. 엄청난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이 채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 그래서일까. 영어 자막이 항상 같이 나오는데 동물과 관련된 우리말 의성어와 의태어가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든 동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고양이가 살짝 질릴 때(?) 주로 보는 채널이다. 특히 호랑이나 사자가 보고 싶을 때면 방문하는 유일한 국내 채널이기도 하다.
제이와나 - 날것 그대로의 집사 생활 | 고양이 집사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까칠함과 상냥함을 동시에 가진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의 매력도 볼 수 있어 예비 집사가 봐도 좋을 것 같다. 한편 주인공 ‘제이’는 그렇게 찾기 힘들다는 물 속성 고양이이다. 다른 고양이들은 어떻게 목욕하는지 찾다가 이 채널도 알게 되었다. 시트콤 같은 집사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꼭 봐야 할 채널이다.
소개는 여기까지. 소개하지 못한 좋은 채널이 너무 많아 마음이 무겁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공유의 장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녀석들의 엉덩이를 두드려야 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