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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n 06. 2022

고양이가 기분 좋은 갸르릉 소리를 내었다

소설 속의 고양이 골골이

4냥꾼 캣브로, 예순세 번째 이야기




고양이를 쓰다듬자 갸르릉 소리를 내었다.”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때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직전 때까지의 이야기다. 소설에 종종 등장하는 이 표현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편중된 경험이나 잘못된 기억 탓이겠지만 유독 영미권 문학에서, 특히 근대에 나온 추리 소설일수록 이 표현이 꼭 한 번씩은 나왔던 것 같다.


우리말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되어 있다. 갸르릉거린다. 한국어 화자인 나에게 이 소리는 꼭 위협을 가하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소리로 들렸다. 고양이는 쓰다듬는 걸 안 좋아하는 건가? 오해가 풀리지 않은 채 읽게 된 다른 소설의 비슷하지만 다른 한 문장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양이를 쓰다듬자 기분 좋은 갸르릉 소리를 내었다.”


잠깐만, 갸르릉이 기분이 나쁠 때 내는 소리가 아니었어? 그렇다면 고양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괴롭히는 걸로 생각했던 그 악당 녀석이 실은 악당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확히는 악당은 악당이되 고양이를 좋아하는 악당이었던 거다! 고양이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 악당이 어차피 악당이라면 무엇이 문제인가? 이 사소한 오해가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형아는 그것도 몰랐냐!" 갸르릉 소리가 실은 고양이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란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그렇지 않다. 고양이를 대하는 악당의 태도나 취향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악당은 여전히 악당이겠지만 이건 웃긴 놈과 우스운 놈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인물은 사건을 만들고, 캐릭터는 인물의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내가 해석하고 받아들인 인물의 인상에 따라 소설을 읽는 내내 나의 감상과 견해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주장하는 바이다! 이제부터라도 골골이를 널리 퍼뜨리자! 골골이란 말은 얼마나 직관적인가! 들리는 대로 소리를 묘사하기 좋은 우리말의 묘미이기도 하다. ‘골골이’는 누가 들어도 ‘골골골골’ 하는 소리로 들린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 잘 만들었다. 대한민국 집사들이 백 원씩 모아 상이라도 하나 만들어 줘야 한다!


실은 창피하게도 골골이란 말을 고양이가 골골댈 때 내는 소리라고 오해한 적도 있다. 갸르릉이라는 말 역시 아름답다. 반 농담으로 시작한 골골이 예찬이 힘 조절 실패로 꽤 격앙되었다. 갸르릉은 골골이보다 더 섬세하고 세련된 느낌도 난다. 어쩐지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도 연상시킨다.


고양이의 골골이 소리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골골이면 어떻고 갸르릉이면 어떠랴. 고양이든 사람이든 기분 좋으면 그만이다. 사람도 기분 좋을 때 골골이를 하게 되면 어떨까 상상을 했다. 조금은 난처할 수도 있겠다. 썸남과 썸녀가 저 멀리서부터 골골이를 하며 만나는 건 조금 웃기지 않은가. 숨기니까 썸이다.


“골골골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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