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좀 이상한 점을 느꼈는가. 그렇다. 고양이의 상징 중 하나인 꼬리가 없다. 없다기보다는 짧은 것에 가깝지만 말이다. 츠동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랬다. 선천적으로 꼬리가 짧은 맹크스(Manx)나 밥테일(Bobtail)이라는 품종도 있는데, 츠동이는 이러한 품종이 섞인 것은 아니다. 이래 봬도 우리 츠동이는 순수 ‘똥고양이’ 품종이다.
분명 엄마 고양이 배 속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잘 보면 단순히 짧기만 한 게 아니라 휘고 꺾여 있다. 보통은 임신 중에 영양이 결핍되면 그런 경우가 많다던데 이게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츠동이는 고양이 치고 드물게 형제가 한 마리밖에 없었고, 임신 중이던 엄마 냥이도 가정집에서 아주 풍족하게 생활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꼬리는 귀엽게 잘 꺾여 있다.
츠동이만 보다가 다른 고양이를 처음 봤을 때는 오히려 긴 꼬리가 어색했다.
츠동이는 꼬리도 짧으면서 엉덩이를 만지면 아주 힘차게 꼬리를 씰룩거리며 감정 표현을 한다. 츠동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꼬리가 짧아 집사로서는 한 가지 편한 점이 있다. 옆에서 자더라도 꼬리가 내 얼굴을 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끼와 루비가 옆에 딱 붙어서 잘 때는 양 옆에서 꼬리로 얼굴을 팡팡 쳐대는 바람에 잠을 설치게 된다. 하필이면 두 녀석 모두 우리 집에서 풍성한 털을 가진 냥이들이다. 이때는 꼬리를 못 움직이게 손으로 막거나 꼬리가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자세를 교정하는데 이미 나의 단잠은 깨진 뒤이다.
단잠을 깨우는 풍성한 녀석들
고양이는 꼬리로 무엇을 할까?
꼬리에는 집사를 괴롭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 있다. 고양이가 어떻게 높은 곳에서도 사뿐하게 착지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바로 꼬리 덕분이다. 고양이의 수염처럼 꼬리 또한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 꼬리는 많은 뼈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아깽이들에게는 성묘의 꼬리가 훌륭한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취향 저격과 역린 사이 - 쓰담쓰담 고양이 만지기」 편에서 말했듯, 일반적으로 냥이들은 꼬리를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꼬리에는 신경도 많이 분포해 있고 꼬리뼈는 척추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세게 잡아당겨서는 안 된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들어간 고양이를 빼낸다고 꼬리를 휙 잡아당기지 말자. 손으로 엉덩이 뒤쪽을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바깥으로 나올 수 있도록 가볍게 밀어내야 한다.
꼬리가 있어서 좋은 점! 눈을 가리고 잘 수 있다. 몸의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도 한다.
꼬리에는 자신의 냄새를 묻힐 수 있는 취선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 이곳저곳에 꼬리를 바짝 세운 상태로 문지르며 자신의 냄새를 묻혀 둔다. 이따금 집사에게 슬며시 다가와 엉덩이를 들이밀며 꼬리로 한 대 툭 치고 가기도 한다. “넌 내 거야!”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꼬리가 길면 읽히는 법!
이 귀여운 녀석들은 꼬리를 이용해 자신의 기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태생적으로 꼬리가 짧은 츠동이는 눈빛으로만 감정 표현을 하다 보니 더 건방져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높이, 움직임, 털 부풀림 등 꼬리의 상태를 보면 고양이가 현재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 큰 맥락에서 세 가지 정도가 있다.
1. 꼬리를 수직으로 세운다.
“기분 좋아.”, “행복해.”, “반가워.” 고양이는 긍정적인 기분일 때 꼬리를 세운다. X꼬가 아주 적나라하게 보이기 때문에 식사 중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단 꼬리가 위로 올라갔더라도, 흔히 꼬리펑이라고 부르는 털이 부풀려진 상태는 위협 또는 공격 상태를 나타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2. 꼬리를 수평에 가깝게 들고 있다.
“편안해~”,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사냥감이다.” 이 상태의 고양이는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는 한편, 상황이 따분해서 재미난 일을 찾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한편 눈이 커진 상태로 한 곳을 주시하고 있다면, 사냥 놀이(장난감)에 돌입하기 직전이거나 무언가를 경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3. 꼬리를 바닥에 두고 있다.
“짜증 나.”, “무서워”, “흥미로운데?” 일반적으로 누워 있을 때는 꼬리는 항상 바닥에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꼬리의 움직임을 보아야 더 정확한 기분을 파악할 수 있다. 먼저 불안하거나 짜증이 가득할 때는 꼬리를 바닥에 팡팡 치는 편이다. 겁에 질렸을 때는 알기가 쉽다. 꼬리를 말아서 다리 사이로 감추기 때문이다. 한편 사냥감을 낚으려는 것처럼 몸 한껏 낮추는 경우도 있는데,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보았을 때 많이 취하는 자세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꼬리를 밟는 일도 생긴다. 마끼와 루비도 오두방정을 떨다 꼬리를 밟힌 적이 있다. 항상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때가 있다. 미안한 마음에 간식을 주기도 했다. 다른 집사들께서는 그저 눈을 맞추고 미안하다고만 말해 주기 바란다. 간식을 계속 주니 버릇 나빠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