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에서 부자가 되는 방법

꿈꾸는 남자, 아홉 번째 이야기

by 캣브로

꿈꾸는 남자 매거진에 올리는 글은 소설도 아니고 실화는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매일 꾸는 꿈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매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살을 붙여 초단편 소설처럼 써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요.


요즘은 보기 힘든 아주 레트로한 오락실이었다. 그 흔한 코인 노래방 하나 없고, 구석에서 무서운 형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그 무서운 형들보다 더 세월을 겪은 아저씨가 되어 친구와 함께 오락실에 앉아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곰팡내 나는 옛날 오락실답게 물가도 어릴 적과 다르지 않았다. 게임 한 판에 단 돈 백 원! 오백 원을 넣어야 고작 한 판 할 수 있던 게 벌써 10년은 된 것 같다. 뭐, 상관없지. 난 이제 돈을 버는 어른이니까. 몇 판이나 했을까. 계속되는 실수에 게임은 얼마 이어가지도 못하고 동전만 소모했다. 괜찮다. 백 원밖에 하지 않으니까.


어느새 주머니를 확인해 보니 짤랑이는 동전이 떨어졌다. 같이 온 친구에게 동전을 구걸했더니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꼬깃꼬깃 구겨진 천 원짜리를 뒷주머니에서 꺼내고는 다림질을 하듯이 정성스레 폈다. 옛날 동전 자판기는 구겨진 지폐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천 원을 넣으니 오백 원 동전 두 개가 나왔다. 오백 원 동전을 다시 백 원으로 바꾸기 위해 기계에 넣었다. 딸칵, 동전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기계에 금액이 표시되었다.


“투입 금액: 5,000원”


이상하다. 반환 버튼을 눌렀다. 천 원짜리 다섯 장이 쏟아져 나왔다. 아까 기계에 넣지 않았던 나머지 동전을 확인했다. 천 원짜리 한 장을 넣고 다시 동전으로 바꾸어 보았다. 동전 두 개가 나왔다. 동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백 원이 아니라 ‘오백 엔’이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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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다. 천 원을 넣으면 오백 엔 두 개가 나오는 마법.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밖에 없다. 게임하는 것도 잊은 채 난 계속 동전을 바꾸었다. 아니, 환전을 계속했다. 어느새 수중에는 800만 원이라는 돈이 쌓여 있었다. 그야말로 어른의 게임이었다.


누군가 나의 어깨를 잡았다. 뜨끔.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친구의 얼굴이 보였다. 현실에서 도덕관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소중한 내 친구. 친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건 올바르지 않아. 사장님한테 얼른 말씀드리고 돈 다 돌려드리자.

“아니, 이 새끼가?”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면 오락실에서 내 집 마련까지 했을 놈이 꿈에서는 맞는 말을 하는 게 웃겼다. 이거야말로 꿈같은 일이다. 얼마 전에 봤는데 또 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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