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남자 매거진에 올리는 글은 소설도 아니고 실화는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매일 꾸는 꿈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매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살을 붙여 초단편 소설처럼 써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요.
쌩쌩 달리는 지하철 열차 안이었다. 열차는 쉬지도 않고 달렸다. 애초에 정차할 플랫폼이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터널만 계속되었는데 이상하게 폐쇄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열차의 문이란 문이 죄다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밖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손잡이가 터져라 꽉 움켜쥐고는 뚫린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버텼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이들도 겁을 먹은 채 바람과 싸우고 있었다. 이 열차의 기장은 도대체 제정신인가? 제정신이 아닌 건 나였다. 이 꿈을 만든 건 나이니까.
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걸 보니 학교를 가는 중인가 보다. 거참 통학하기 한번 힘드네.
세찬 바람이 익숙해질 때쯤이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려 보니 학교였다. 선생님을 포함한 전교생이 ‘점심식사를 아침에 먹고 있었다.’ 아침에 먹는 점심식사라. 개념과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해. 빨리 옷 갈아입어. 철인 5종 경기 나가야지.”
진짜 어이가 없으려니까. 이제는 내가 학교의 대표란다. 키만 컸지 운동 신경은 제로인 내가? 그런데 5종이면 무슨 종목이 있는 걸까?
“종목이 뭔데?”
“달리기, 팔굽혀펴기, 턱걸이, 킥보드 잡고 물 많이 튕기기, 개헤엄. 종목도 모르면 어떡하냐 진짜.”
그냥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꿈이라고 첫 종목부터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낼 수는 있었다. 마지막 종목인 개헤엄까지 마치고 나와서야 깨달았다. 경기가 치러진 곳은 우리 동네 찜질방이었다. 승패가 무엇이 중요할까. 스포츠의 미덕은 화합에 있으렷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과 서로 네가 더 잘했다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뜨끈하게 찜질을 했다. 운동 후 사우나만큼 행복한 것이 없지. 땀을 흠뻑 흘리니 피로가 풀렸다. 그리고 꿈에서 깨었다.
애매하다. 기상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몸도 개운하고 정신도 맑다. 꿈과 현실은 정말로 연결되어 있는 걸까. 말똥말똥한 눈으로 고민했다. 억지로 잠을 청할 것인가 그냥 일찍 출근할 것인가. 오랜만의 이른 출근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