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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l 11. 2022

국밥을 특으로 먹는 사람이 궁금했다

헛개잡상인, #14

20대 대학생 시절, 국밥을 특으로 먹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궁금했다. 보통 이삼천 원을 더 받는 특 메뉴는 나에겐 소주 한 병을 포기해야 하는 부르주아의 징표이자 고작 고기 몇 점에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인간상을 포기하는 사치의 끝과도 같았다. 나에게 특 메뉴는 기본 메뉴를 더 싸고 좋은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미끼 대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적이 있었다. 그게 뭐라고.


어제는 기본 메뉴보다 무려 이천 원이나 더 받는 옻 삼계탕을 주문하고는 혼자 인삼주를 홀짝였다. 가만있어 보자. 내가 언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가격을 신경 안 쓰고 주문하게 되었지? 참치집에 가도 이제 실속 세트가 아니라 실장 세트는 되어야 입에 맞는다. 잠깐만 그런데 난 진정 그 몇 만 원의 차이를 구별할 수는 있는 사람이었던가? 상관없다. 실장 세트는 오늘도 업무에 탈탈 털린 나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거니까.


고작 국밥 한 그릇에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다. 원하는 대로 메뉴를 고를 수 있게 된 내 지갑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분하게 높아진 만족감의 역치가 씁쓸했다. 나도 모르는 새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된 어른이 되어 버린 걸까.


주말엔 친구들과 다 함께 모여 흑염소를 먹기로 했다. 흑염소라... 주머니 사정에 종잇장 같은 대패 삼겹살만 찾아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커 버린 우리지만 변하지 않는 하나가 있다. 그래도 술은 역시 소주다. 오랜만에 먹는 흑염소는 여전히 그리고 틀림없이 맛만 있을 테다. 흑염소면 어떻고 냉동 수입 삼겹살이면 어떠랴. 보고 싶은 친구들과 오랜만에 웃고 떠드는 게 좋은 거지. 별것도 아닌 거에 청승 떠는 거 보니 어른 된 거 맞다.


오늘 저녁은 짬뽕이다. 통오징어 한 마리 그대로 올린 걸로. 배달비까지 더하니 가격이 꽤 된다. 괜찮다. 나 이 정도는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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