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녀석들. 한없이 귀여운 만큼이나 한없이 못된 녀석들. 사고를 치고도 반성의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는 요 뻔뻔한 녀석들. 귀여운 것 말고는 도통 하는 일도 없는 이 녀석들이 뭐가 좋다고. 심부름? 말 다 했지. 집 지키기? 퍽이나. 사고나 안 치면 다행. 여기까지. 듣는 고양이 기분 나쁘겠다.
괜찮다. 그 귀여움이야말로 고양이의 전부이자 내가 원하는 전부이니까. 생선도 맡기지 말라던데, 이 정도 귀여움이면 녀석들에게 인생도 걸 만하다. 가뭄에 콩 나듯 부리는 애교는 희소하기에 오히려 가치 있고, 끊임없는 사고 유발은 나태한 나를 깨워 준다.
생각해 보면 의젓한 고양이는 무언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크고 작은 사고를 치기에 더 귀여운 것은 아닐지.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끌리는 법이라 했다. 이 뻔뻔함과 무심함이 녀석들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아무렴, 못된 고양이는 거부할 수 없지. 말하자면, 이 녀석들은 쳇바퀴 같은 일상을 시트콤으로 만들어 주는 훌륭한 연출가이자 내 마음을 몰라주는 고약한 연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