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속 우정, 아니 어쩌면 식량 보존

꿈꾸는 남자, 첫 번째 이야기

by 캣브로

꿈꾸는 남자 매거진에 올리는 글은 소설도 아니고 실화는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매일 꾸는 꿈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매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살을 붙여 초단편 소설처럼 써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요.


나는 인류학자였다. 어쩌면 인류학자로 위장한 괘씸한 도굴꾼일지도. 그리고 그곳은 현대의 문명이 전혀 없는 밀림 속이었다. 단순히 오지 체험을 하는 관광객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근사하게 사파리 코트까지 걸친 것을 보니 업으로 삼고 있는 쪽이 확률이 높다. 지인 중 한 명이 동료로 등장했는데 누구였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친동생이나 친구 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나는 한 부족과 같이 먹고 자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익숙한 사람이었는지 꿈에서조차 불편함은 없었다. 이 부족이 다른 부족과 대를 이어온 전쟁 중에 있다는 사실에 불안하기는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왜 그 부족과 사이가 나쁜지 그리고 왜 소중한 가족들의 목숨을 잃어 가며 계속 이런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끊임없이 반복되는 참담한 전투를 일상처럼 매일 치를 뿐이었다.


보통은 중립 지역에서 사냥하다가 적대 부족을 만나 우발적으로 싸우는 일이 많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우리가 사냥을 나간 사이, 상대 부족원들이 우리의 생활 터전을 공격했다. 아마 전투에 익숙한 사냥꾼들이 없는 사이를 노려 매복하고 있던 것이리라.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노련한 상대 전사들은 급습에 당황한 우리 부족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젊은 편에 속했던 한 부족원은 나에게 어서 빨리 저쪽 바위틈으로 가 숨으라고 소리쳤다. 자기네들의 전쟁에 외지인은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동감이다. 나도 두 부족의 전쟁에 애꿎은 희생양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젊은 부족원이 말한 바위틈으로 갔다. 그곳엔 피가 묻은 창과 활만큼이나 오싹한 거미줄들이 크고 지저분하게 쳐져 있었다.


다행히 사람을 잡아먹는 초대형 괴물 거미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큰 거미줄 덕분에 상대 부족원들은 우리를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러던 중 우리에게 숨을 곳을 일러 준 그 젊은 부족원은 결국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울부짖으며 무기에 쓰러져 간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다. 이를 보는 내 마음도 아팠다.


"우리 만식이 형님, 왜 죽였어!"


만식이라... 죽은 부족원 중 한 명인가 보다. 어쩐지 이름만은 한국적이다. 그럴 수 있다. 이건 내 꿈이니까. 상대 부족원이 창을 들고 노려보았다.


"며칠 전, 너희가 먼저 우리를 공격했잖아. 외지인 둘은 어디로 숨었지? 어서 빨리 내놓아라."


젊은 부족원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상태로 말했다. 눈물밖에 보이지 않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외지인? 지금 저기 솥에서 맛있는 냄새 나고 있지? 저게 그 외지인이야. 이 나쁜 새끼들아."


저 말을 끝으로 그다음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무사했을까? 그보다 마지막 그의 말은 우리를 살리기 위한 묘책이었을까. 아니면 진짜 외지인으로 만든 별식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동료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들은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며 싸우고 있던 것일까. 이유도 모른 채 말이다. 나는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렇게 꿈에서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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