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방법

꿈꾸는 남자, 두 번째 이야기

by 캣브로

꿈꾸는 남자 매거진에 올리는 글은 소설도 아니고 실화는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매일 꾸는 꿈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매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살을 붙여 초단편 소설처럼 써 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요.


한 부부가 보인다. 중년의 백인이다. 이들은 지도에서도 찾기 어려운 작은 섬 도시에 산다. 육지와도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의 풍경은 체코나 아이슬란드를 떠올리게 하나 가상의 도시일 뿐이다. 오늘 꿈이 돌아가는 꼴을 보니 내가 주인공은 아니다. 난 그들을 무책임한 신처럼 바라보고만 있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이 부부에게는 큰 아픔이 있다. 십여 년 전 소중한 외아들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를 낙 없이 살아낸다. 오늘도 아내는 독한 술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우중충한 색의 소파에 앉아 낡고 헤진 큼지막한 지도 한 장 펼쳐 테이블에 놓는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서다. 그녀는 도시의 지도를 샅샅이 훑으며 혹시 안 찾아본 곳은 없는지를 펜으로 꼼꼼히 체크하는 중이다. 없다. 이미 찾을 곳은 다 찾아봤다. 십 년에 걸친 체크 표시로 까맣게 변한 지도가 이를 증명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로해 주는 일에도 지친 것 같다. 측은함과 한심함이 섞인 눈으로 아내를 쓱 바라보고는 말없이 일을 나간다. 아니, 어쩌면 남편에게도 일말의 희망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신이 있다면 아내의 이런 노력에 응답할지도 모른다고 남편은 생각했다. 안타깝지만 이 꿈속에서 나는 무책임하면서 동시에 무능력한 신이기도 했다. 그들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는 있지만 도울 수는 없었다.


남편이 나가고 잔의 술도 거의 비워질 때쯤이었던 것 같다. 아내는 무언가 결심한 듯이 흐트러진 머리를 단정히 묶고는 집을 나섰다. 목적지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처 없이 집을 나설 뿐이었다. 그리고 아내는 이내 전형적인 집시의 모습을 한 수상한 노파를 만나게 된다. 노파는 무심히 지나가는 아내를 불러 세웠다.


old-woman-574278_1920.jpg 꿈에서 본 노파는 이런 모습이었다. 이 노파는 과연 천사일까, 악마일까.


"무언가를 잃어버렸군. 그리고 애타게 찾고 있구먼. 안 그래?"

"그걸 당신이 어떻게..."

"이미 도시의 모든 곳을 다 찾아봤을 게야. 그렇지만 어디에서도 잃어버린 것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을 테지. 방법이 잘못되었어."


노파가 말한 방법은 이렇다. 가상의 이 도시는 특유의 조류 탓에 섬 주변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만 항해할 수 있을 뿐이다.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절대 반시계 방향으로는 섬을 항해하지 말라고 매뉴얼에 나와 있을 정도이다. 좌초되거나 배가 실종되는 등 반드시 화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파는 단순히 조류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이 섬에는 무언가 특별한 힘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배를 하나 구하게. 이 도시의 어떤 사람도 조류를 거스르려 하지 않을 테니 자네가 직접 몰아야 하네. 반시계 방향으로 섬 주변을 돌다 보면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오지 못하고 어떤 곳에 멈출 수밖에 없게 될 거야. 배가 좌초되어 고장나든 길을 잃든 말이지. 그곳에서 자네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게 되네."


밑져야 본전이다. 아내는 노파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가슴에 꼭 담아 두고는 집으로 향했다. 남편과 의논할 일만 남았다. 남편이 자신을 미친 여자 취급하면 어떡하지란 걱정과 함께 말이다. 아쉽게도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우리 막둥이 고양이 루비가 밥 달라고 시끄럽게 울면서 나를 깨워 버렸다.


내가 아쉬운 건 꿈의 끝에서 부부가 아이를 결국 찾게 되는지를 알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수상한 노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천사? 아니면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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