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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an 30. 2022

장례식

헛개잡상인, #3

상주는 장례식 내내 울지 않는다. 심지어 고인을 땅에 묻거나 화장할 때도 견딜 만하다. 끈질기게 잡고 있던 정신의 끈이 툭 끊어지고 내장을 쏟아낼 듯 몇 시간이고 꺼이꺼이 울게 되는 때는 집에 돌아왔을 때이다. 같이 사용하던 작은 밥공기 하나, 가죽이 탐스러워 언제나 탐내던 조금 큰듯한 80's 재킷과 갬성 쩌는 낡은 모토롤라, 사실은 뭐 그런 것들이 견디기 힘들다. 너무나 사소했던 일상 말이다. 마음이 끊어지는 마음다.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던데 너무 일찍 많은 경험을 했다. 마, 아빠는 서른도 안 된 두 아들을 상주로 세워 놓고 혼주 없는 결혼식미안하지도 않은지 자꾸 꿈에 찾아와 잔소리를 한다.


그러지 말고... 로또 번호나 좀 찍어 줘. 아님 주식 종목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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