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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Apr 16. 2022

고양이 털과의 전쟁 - 집사를 위한 비장의 무기들

고양이 털과 집사의 필수품

4냥꾼 캣브로, 쉰여덟 번째 이야기




선택이 아닌 필수, 집사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걸까. 털뿜뿜에 고통받는 우리를 위한 비장의 무기들이 준비되어 있다. 하늘 같은 선배 집사들 덕분이다. 안 쓴 집사는 있어도 한 번만 쓴 집사는 없을 필수품들을 소개한다.

     

털 묻히기 있기 없기? 다양한 색의 4냥이들


[ 먼지 제거기 - 어디에나 사용 가능한 만능 도구 ]

꼭 집사가 아니더라도 구비되어 있는 집이 많을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옷뿐만 아니라 직물로 된 모든 가구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청소할 곳에 대고 쓱쓱 문지르면 먼지와 털이 달라붙는다. 수동 레버를 당기면 뒤쪽 통으로 털이 모이는 제품도 있고, 제거기에 묻은 털을 손으로 문질러 떼는 방식도 있다. 처리도 간편하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범용성이 좋지만 옷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효과가 아쉬운 것 맞아?


[ 테이프 클리너(돌돌이) - 집사들에게 내린 신의 축복 ]

돌돌이란 귀여운 이름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돌돌이의 정식 명칭이 테이프 클리너란 것도 이제 알았다. 내가 집사가 된 순간부터 돌돌이는 언제나 돌돌이였다. 돌돌이 하나면 옷에 붙은 털은 물론 웬만한 먼지도 모두 제거되며, 먼지 제거기보다 효과도 탁월하다. 단 한 가지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은 있다. 스티커의 강한 점착력으로 인해 옷감이 조금 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비싼 코트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소모품이지만 가격은 비싸지 않다. 털이 많이 붙은 스티커는 그대로 찢어내 버리면 되기 때문에 편하기도 하다.


실리콘 빗 한 올의 털도 용납하지 않는 극한의 쾌감 ]

사실 실리콘 빗은 냥이들의 죽은 털 제거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의자나 침대에 달라붙다 못해 완전히 엉겨 붙은 털들을 제거할 때도 유용하다! 한 손에 요 자그마한 실리콘 빗을 들고, 밭을 가는 농부의 심정으로 천을 살살 문지르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천 사이사이 콕콕 박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던 소심한 털들이 한껏 기지개를 켜며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문지르다 보면 털끼리 돌돌 말리며 뭉치게 되는데, 버리기도 편하다. 감히 여드름 짤 때의 쾌감에 견줄 만하다.


여기에 털이 이렇게 많았다고? 민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의 차이가 확연하다.


부직포 밀대 하루 한 장이면 깨끗해지는 우리 집 ]

매일 청소기를 돌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부직포 밀대를 이용하자. 머리 부분에 부직포 천을 끼우고 쓱쓱 밀고 다니기만 하면 된다.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전기 부직포도 있는데 아주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니다. 그래도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느낌은 있다. 이때는 부직포의 더러운 면을 반으로 접은 다음 깨끗한 면으로 가구 위의 털과 먼지를 닦는 것도 소소한 팁이다.


거실은 나의 무대, 밀대는 나의 마이크. 왼쪽에 수줍게 머리만 내밀고 있는 녀석이 바로 부직포 밀대이다. 밀대와 로봇 청소기를 거쳐 현재는 그냥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있다


어도 그만 있으면 너무 좋은, 럭셔리 집사 생활을 위한 아이템


앞에서 소개한 도구들과 다르게 다음의 아이템들은 필수품이라 소개하기가 살짝 민망하다. 첫째로, 시간과 노력을 조금 더 들임으로써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물건들이고, 둘째로 거리낌 없이 추천하기에는 모두 큰돈을 들여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렇다. 들어오는 게 있으면 나가는 게 있는 법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집사의 소중한 하루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 줄 아이템들이다.


로봇 청소기 부직포 걸레의 상위 호환 ]

퇴근 후에도 쉬지 못하고 매일 청소기를 돌리거나 부직포 걸레를 미는 삶에 지쳤다면 눈 딱 감고 로봇 청소기를 써 보자.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말을 듣고 저가형을 구입했었는데 편하긴 정말 편하다. 동글동글한 게 귀여워서 달마라는 이름도 붙여 주었다. 침대 밑을 청소한답시고 가뜩이나 안 좋은 허리를 잔뜩 구부려 세상 낮은 곳에 임할 필요가 없어졌다. 알아서 잘 굴러다니는 동안 나는 화장실만 치워 주면 된다. 아쉽게도 지금은 고양이들의 괴롭힘에 결국 망가져 손수 청소기를 돌리는 삶으로 다시 돌아왔다. 주의 사항이 하나 있다. 청소기 작동 전, 혹시 바닥에 토를 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부지런한 로봇이 온 집안에 토칠갑을 하고 다니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내가 당해 봐서 안다. 


4냥이들의 훌륭한 이동 수단이자 샌드백이었던 우리 달마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이 태평성대한 놈이 바로 달마를 망가뜨린 주범이다.


건조기 똥스키에 당한 이불도 몇 시간이면 새 것이 되는 마술 ]

우리 집 고양이가 매일 이불에 똥스키를 탄다고? 그런데 자연 건조는 할 수가 없고 코인 빨래방도 너무 멀다고? 걱정하지 마시라. 여기 건조기가 있다. 어떤 크고 무거운 이불이라도 세탁 후에 일단 건조기에 넣으면 보송보송 새것이 된다. 건조 과정에서 이불을 뒤덮고 있던 털과 먼지들도 상당량 제거된다. 꼭 집사가 아니더라도 강추하는 가전제품 중 하나이다.


이 뚱뚱한 놈이 바로 이불에 똥스키 테러를 하는 주범이다.


의류 관리기(X일러) - 멋쟁이 집사의 가치 있는 사치 ]

외출할 때 털을 묻히고 나가는 일은 있어도, 귀가할 때 털을 묻히고 들어오는 일은 없기에 좀 의아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떠올리자. 외출할 때 우리가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믿었던 털은 우리 옷 어딘가에 항상 붙어 있다. 그리고 명심하자. 집으로 들어온 순간, 우리의 외출복은 다시 흉악한 털들로 오염되었다! 개인적으로 전자레인지가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이제는 의류 관리기가 없이는 못 살 것 같다. 털이 잔뜩 붙었는데 돌돌이를 함부로 대기 어려운 비싼 코트나 니트는 일단 의류 관리기에 한번 돌리자. 털들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도대체 팔에도 어떻게 털이 묻어 있는 걸까. 의류 관리기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위에 아무렇게나 옷을 방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 고양이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끝없는 고양이 털 전쟁을 치러야 하는 많은 집사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며, 이번 편도 마친다. 체험에 기반한 내용들이라 심히 주관적일지 모르겠다. 한편 그렇기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막연하게 해 본다. 짬밥(?)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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