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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Aug 12. 2021

폭신폭신 고양이 털, 근데 이제 털뿜뿜을 곁들인

고양이 털 관리 그리고 청소

4냥꾼 캣브로, 서른두 번째 이야기




풍성한 고양이의 발칙한 털뿜뿜


귀엽고 완벽한 고양이에게도 유일한 단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예비 집사들의 육묘를 포기하게 만드는 그 이유. 맞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거 맞다. 아무리 열심히 청소해도 결국 집사들의 옷 어딘가에 항상 붙어 있는 그것, 바로 고양이 털이다. 고작 고양이 털 때문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안 키운다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빠진다.


라이언 츠동. 내 머리는 자꾸만 휑해지는데... 너희는 여전히 풍성하구나...


물론 털이 덜 빠지는 품종도 있다. 그러나 속지 마시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털뿜뿜은 피할 수 없다. 사람으로 치면 머리가 30대에 빠지든 40대에 빠지든 그 종착은 탈모인 것과도 같다. 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스핑크스 종을 제외하고는 털뿜뿜은 매한가지란 말이다. 단모종이라고 털이 덜 빠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장모종이더라도 일부 품종묘의 경우 털이 덜 빠지는 편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 집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원체 많이 빠지는 녀석들뿐이다.


명색이 믹스묘인 마끼나 루비는 좀 덜 빠질 만도 한데 그런 거 없다. 마끼에 비해 루비는 털이 좀 곱슬인 편인데 둘 다 복슬복슬하니 솜털처럼 가볍다. 날리는 털이란 얘기다.
코숏 똥고양이 츠동이와 구로의 털은 뻣뻣하다. 박히는 털이란 얘기다. 차이가 있다면 츠동이는 아주 건조하고, 구로는 아주 기름지다. "형아, 털이 기름져서 지성합니다." "응?"


새끼 때 짧고 간질거리기만 했던 솜털은 자라면서 어느새 풍성해진다. 털 빠짐은 개묘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 봄가을이 제일 심한데, 우리로 치면 반팔 옷은 집어넣고 두꺼운 외투를 꺼내는 셈이다. 이 시기에는 밥을 먹다 입에서 이물감을 많이 느끼게 될지 모른다. 확인해 보면, 십중팔구 털을 같이 씹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 모든 것이 집사의 숙명. 털과의 전쟁에 참여한 걸 환영한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르다. 적절한 털 관리와 끊임없는 청소라는 무기가 있으니까.


과연 우리는 털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아름답고 풍성한 털을 위하여


초보 집사 시절, 그루밍 후에 헤어볼을 토하는 츠동이를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큰일 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오히려 헤어볼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변비를 유발하고 심하면 장폐색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루밍은 집사 입장에서도 나름 고마운 일이다. 청결을 유지함으로써 나름 우리의 일손을 덜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다. 집사의 손길도 필요하다.


신묘한 털 관리 비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다행이다. 우리 집 냥이의 모질에 맞는 빗 한 자루만 있으면 되니까. 주기적인 빗질로 죽은 털을 제거해 주자. 집 안 여기저기 날릴 털들을 미리 정리할 수 있다. 빗질은 일종의 마사지 기능도 하기 때문에 피부도 건강해진다. 빗질을 좋아하는 냥이라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유대감 형성도 가능하므로 일석삼조이다. 츠동이처럼 빗질을 너무 싫어하는 냥이는 장갑 형태로 생긴 털 빗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마사지를 해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질에 따라 적합한 빗살 간격이 다르다. 털이 짧을수록 촘촘한 빗이 좋고, 장모라면 털이 잘 엉키므로 적당히 듬성한 빗을 사용해야 털이 통째로 뽑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털 상태를 통해 고양이의 건강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간혹 탈모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집냥이의 경우에는 드물지만 피부사상균(링웜), 진드기·벼룩으로 인한 피부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피부 질환은 사람에게도 옮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진짜다. 실제로 우리 집 냥이 전부가 임시로 보호하고 있던 아깽이에게 링웜이 옮았던 적이 있다. 아깽이를 옮겼던 케이지를 통해 옮은 것으로 추측한다. 이후 아내와 나에게도 링웜이 퍼져 온 식구가 며칠을 고생했던 적이 있다.


이는 새 식구가 된 길냥이를 기존 냥이들과 격리하는 이유이다. 유혈 사태를 방지하기 목적도 있지만 길냥이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귀 진드기 등이 옮는 걸 예방하기 위함도 있다. 병원에서 피부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기 전까지 합사는 금물이다. 질환이 있다면 고양이가 머문 장소, 이불을 반드시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한편 너무 건조해서 비듬이 생기기도 한다. 평소보다 과도하게 비듬이 나온다면, 집이 너무 건조하지 않은지 확인해 보자.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했는데 비듬이 계속 생긴다면 병원을 가 봐야 한다. 당뇨병을 의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걸리는 웬만한 병에는 고양이도 다 걸린다는 사실이 꽤 슬프다.


겁쟁이 구로가 유일하게 대담해지는 빗질 시간. 가슴에 품기엔 거대하고 무거운 존재이지만,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모든 걸 멈추고 구로의 뚱뚱한 얼굴만 바라보게 된다.


흩날리는 털들 속에서 네 고양이가 보이는 거야


집사가 되고 부지런해진 것도 있지만 아내와 난 원래 청소를 싫어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둘이서 쉴 새 없이 부직포 걸레 밀기를 일 년, 단순 털 청소에 들이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결국 말로만 듣던 로봇 청소기를 샀다. 동글동글한 게 귀여워서 ‘달마’라고 이름까지 붙인 청소기는 외진 곳도 알아서 잘 청소했다. 신문물을 접한 냥이들이 가끔 펀치를 날리거나 무임승차를 하는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어 대만족이었다.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고된 노동과 똥냥이들의 괴롭힘에 달마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국 그 이후로 미니 청소기를 구입해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돌리고 있다.


물론 청소 좀 안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방 구석구석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회전초처럼 털들이 굴러다닐 뿐이다. 6연발 리볼버 대신 청소기를 들 때, 그 비장함은 서부의 총잡이 못지않다. 침대 밑은 또 어떠한가? 절경도 이런 절경이 없다. 털 뭉치들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나는 광경을 보면 흡사 신선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타일러 내부는 어떨까? 마치 모든 해악이 튀어나오지만 희망도 담겨 있는 판도라의 상자 같다. 천장과 벽면 가득 붙어 있는 털을 한 달만 모으면 2XL 스웨터를 하나 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양이 키우는 집의 작은 아이디어」 편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아이디어도 츠동이의 털 공격에서 이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침대 시트를 자주 세탁한다. 자주 할 수밖에 없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보았으나 실낱같은 희망조차 없었다.
털이 많이 붙는 의자는 가끔 고무 솔이나 전용 도구로 박박 긁어낸다. 정수기나 형광등처럼 조금이라도 털이 내려앉는 곳도 먼지떨이로 구석구석 청소해야 한다.


진짜 곤경은 외출할 때 시작된다. 외출 전에는 반드시 돌돌이로 고양이 털을 떼어 내야 한다. 그러나 의미 없다. 박힌 털까지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대한 외출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절대 침대나 소파에 앉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의미 없다. 공기 중에도 털이 날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장을 해야 한다. 털이 묻어도 티가 안 나도록 털과 비슷한 색깔의 옷을 사면 좀 낫다. 그러나 의미 없다. 우리 집은 네 마리 모두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회색이 좀 무난하다. 다행히 내 퍼스널 컬러에 맞는 색이기도 하고. 고가의 옷은 스타일러에 넣은 후 바로 옷장에 넣어 두는 편이다. 그러나 의미 없다. 옷장은 고양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그만 좀 들어가, 이 자식들아!"


그냥 맘 편하게 털과 함께 살기로 했다. 집사는 집사 알아본다. 아무리 깨끗이 털어내도 옷 어딘가 묻어 있는 털 때문이다. 키우는 고양이의 털 색깔은 물론이고, 베테랑 집사는 묘종까지 알아챌 수도 있다. 우리는 고양이 털을 집사의 표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빠지는 털 하나당 10원씩 받고 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년이면 워런 버핏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쓸데없는 공상으로 글을 맺는다. 잠깐 행복했다.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여, 나에게 오라!


고양이 수염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 돈복을 부른다고 한다.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달라고 한 사람은 없다. “집사야, 돈벼락 좀 맞아 볼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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