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긍정 Nov 12. 2023

영화 비밀의 언덕

영화 리뷰


조금은 부끄럽고 어쩐지 소중한 나만 아는 마음에게

 

 가족은 무엇일까요? 저에게 가족은 물음표예요.

그 시절 나만 아는 이 여름 우리가 꺼내 보는 비밀스러운 이야기






 이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명은이는 초등학교 5학년.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다.

 명은이의 집은 그리 잘 사는 집 같아 보이진 않는다. 부모님은 시장에서 젓갈 가게를 한다. 아빠는 느긋하고 게으른 성격이고, 엄마는 부지런하지만 억척스럽다. 한 살 많은 오빠는 사춘기처럼 보인다.


 

 명은이가 학교에서 반장으로 당선되어 신이 나 가게로 뛰어가 부모님께 자랑을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반장 되면 엄마가 학교에 들락날락해야 하고 돈도 많이 든다. 주제파악을 하고 살아.'였다.

 반장을 물러 오라는 엄마의 말은 뒤로 하고, 명은이는 보란 듯이 멋지게 반장일을 해낸다. 임원 아이들의 엄마들은 학교에 찾아와 학급 일도 돕고 맛있는 음식도 사주지만 가게를 하고 있는 명은이의 엄마는 학교에 올 시간이 없다. 그리고 명은이도 그런 엄마가 오길 원하지 않는다. 이미 가정환경 조사에서 아빠는 종이 회사에 다니고 엄마는 평범한 전업주부라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이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선생님의 권유로 나간 글짓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게 되는 명은. 반장이 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상장을 들고 가게로 뛰어간다.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와 왜 최우수상을 받지 못했느냐고 말하는 아빠. 그래도 상을 받았으니 고기를 먹으러 가자며 고깃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같은 반 임원 친구의 엄마를 만나지만 못 본 척한다. 다음 날 학교에서 명은이의 부모님이 시장에서 젓갈 장사를 한다고 얘기하는 친구. 명은이는 사실을 밝히기 싫어 또 다른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같은 반에 혜진이라는 친구가 전학을 온다. 혜진이는 명은이 와는 다르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집 안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한다. 글짓기 대회에서 혜진이는 6학년을 제치고 최우수상을 차지한다. 또 우수상을 타게 되는 명은이. 혜진이에게 최우수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을 듣게 된다. 바로 '솔직함' 어려운 집 안 사정을 솔직하게 글로 적어 내면 항상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시에서 열리는 큰 글짓기 대회에서 학교에 제출한 글 현재 외에 가족에 대한 미움과 비난이 가득한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글로 적어 출품한다. 그 결과, 학교에 제출한 글은 입선, 몰래 제출한 글은 무려 대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번 글짓기 대회는 당선작 모두 신문과 문집에 실리게 된다. 대상을 탔다는 기쁨도 잠시, 가족에게 그 글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진다. 결국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을 택한 명은은 그 원고를 뒷산 언덕에 묻어 버린다.

 명은이는 입선 상장을 들고 또다시 젓갈 가게로 뛰어간다. 이번에는 칭찬도 해주고 엄마는 신문에 실린 명은이의 글을 스크랩까지 한다. 어린 명은이 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으로 하여금 어른인 부모님도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다.



 6학년이 된 명은. 이번에는 솔직하게 가정환경 조사서를 적어 낸다. 하지만 가정환경에는 관심이 없다는 담임 선생님. 오로지 학생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한다. 본인에 대해 상세히 적으라는 선생님. 밝은 얼굴로 본인에 대해 적어 내려가는 명은의 모습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가족을 사랑하지 않아요. 정말 싫어요. 그렇지만 그 글이 공개되는 건 마음이 불편해요.


 친구들에게 소개하기 부끄러운 가족이라도 명은이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다. 가족들이 그 글을 읽고 상처받는 것이 싫었을 테니까.


 저 나이 또래에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더 잘 사는 친구의 집이 부럽다거나 더 젊고 예쁜 친구의 엄마가 부럽다거나, 다정하고 상냥한 친구의 부모님이 부럽다거나... 혹은 본인의 들키기 싫은 비밀을 친구들에게 들켰을 때의 수치심과 상처. 자신의 사춘기 시절에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을 자아낼 수 있었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그렇게 한 뼘 성장한 명은이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비밀의 언덕은 나의 어린 사춘기 시절을 떠올려 봄과 동시에 가족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드나잇 인 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