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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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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Jul 16. 2023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4번째 보는 변산. 힙합 열풍이 불던 시절에 나온 힙합 청춘 영화. 다시 보니 더 재밌고 또 놓쳤던 부분들도 많았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에서 춤추는 장면은 배우분들 모두 너무 귀여웠다.

 

영화는 일단 믿고 보는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 새로운 시도의 영화였다.

 




 쇼미 더 머니 6 수생 래퍼 심뻑, 주인공 학수다. 건달 아버지 밑에서 어머니와 함께 맘고생을 많이 하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픈 기억들 때문에 떠난 고향 ‘변산’. 그렇게 미워하고 외면하기만 했던 고향에 학교 동창인 선미의 계략으로 다시 내려가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던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것. 고향에 내려가자마자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붙잡혀 당분간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다며 발목이 잡히고, 그러는 동안 동네 친구 3인방과 첫사랑 미경이, 어릴 적 학수가 수없이 괴롭혔던 용대, 학창 시절 자신의 랩 가사를 훔쳐 간 선배이자 교생 선생님인 원준을 만나게 된다. 지역을 주름잡는 건달이 된 용대는 옛 기억에 계속해서 학수를 괴롭히고, 그에 저항 한 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선미와 학수의 아버지는 학수를 한심하게 생각한다. 반면, 아픈 아버지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학수의 약하고 못난 모습에 크게 실망한 선미는 속상한 나머지 그에게 후지게 살지 말라는 한마디와 함께 아버지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학수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아버지에게 속상한 마음도, 아버지 노릇도 안 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왜 자신 앞에 나타났나 하는 괘씸한 마음도 든다. 결국 아버지에게 속상한 그의 속마음을 전부 쏟아내고, 지금 현재 자신을 가장 후지게 만든 장본인인 용대와 한판 붙기로 결심한다.

 

 갯벌에서 학수와 용대가 맞짱을 뜨는 동안 선미가 초등학교 동창들을 불러 모은다. 하나둘 친구들이 모이고 재밌게도 그곳에서 동창회를 하게 된다. 학수와 용대는 그렇게 몸의 대화로 모든 동창생들이 보는 앞에서 개원~하게 그간의 앙금들을 풀어낸다. 그리고 입원한 자신의 아버지를 돌봐주고, 고향에 내려와 좋든 싫든 줄곧 자신과 함께 있어 준 선미에게 어느새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된다. 

 

 선미의 첫사랑인 학수. 뒷산 언덕에서 고향의 멋진 노을을 바라보며 선미는 학창 시절 교생 원준이 질투에 눈이 멀어 훔쳐 갔던 기깔나게 잘 쓴 학수의 랩 노트를 건네준다. 그러면서 둘은 그동안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눈다.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된 그날.

 

 학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슬프지 않을 것 같았지만 펑펑 울어버린 학수. 투박하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술과 고기는 멀리하라는 아버지의 유언. 그렇게 고향 변산에서 부자는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영영 헤어졌다. 그 후 쇼미 더 머니에서 되찾은 랩 노트에 적힌 본인의 랩 가사와 함께 아버지의 유언 그리고 본인의 심정을 담은 랩을 선보이고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선미에게 프로포즈를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아니, 엔딩 크레디트에서 선미와 학수가 고향의 모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으로 이 영화가 진짜 끝이 난다.



 고향, 아버지, 친구, 첫사랑, 꿈, 그리고 청춘. 이 영화의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가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랩을 소재로 한 것도 신선하고 오글거리지 않게 잘 풀어서 좋았다. 박정민 배우의 랩 실력 또한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지방 소도시의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좀 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도 그 작은 도시에서 느껴지는 단란함과 구수함 그리고 특유의 정이 느껴진다.

 어렸을 적 건달인 아버지가 나쁜 짓을 일삼고 가정에 소홀하여 마음의 상처가 많은 학수.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에 곧바로 고향으로 내려오고 또 아버지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고, 사실은 아버지를 걱정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듯 학수에게 아버지란 애증의 인물이 아닐까.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찾아온 아들 덕분에 힘든 병마와 싸워가며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유언도 전부 아들을 걱정하는 이야기로만 가득했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는 크게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마음이야 알겠지만 학수는 학창 시절에는 버림받다시피 했었고, 청년시절에는 연을 끊고 살았었는데 대체 어떤 부분에서 아버지의 정을 느끼고 임종 때에도 그리 슬피 울 수 있었을까. 단지 피가 섞인 아버지란 이유만으로? 나라면 저렇게까지 가슴 아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재밌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했지만 배우들의 명품 연기에 눈물을 펑펑 흘려가며 보았던 씬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명대사라고 생각하는 대사가 있다. “값나가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자” 선미가 학수에게 하는 말이다.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던 네가 결국은 아버지랑 똑같이 비겁하게 도망만 다니며 살고 있다면서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학수에게 선미는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학수가 그런 선미 덕분에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 내려와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부자간의 정도 확인할 수 있었고 더 이상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와 선미의 진심을 알게 되며 사랑까지 얻게 된다. 학수에게 선미는 로또 같은 존재 같다. 선미의 저 대사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청춘들의 가슴에 훅 들어온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웃었다. 그렇게 가벼운 소재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부자간 애증의 이야기보다는, 학창 시절 매일같이 붙어 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은 나의 소꿉친구들이 생각나는 그런 영화였다. 또 선미의 말처럼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해도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번 해 보게 된다.

 또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인 변산의 아름다운 노을. 영화를 보는 내내 저기가 대체 어디지? 하며 검색을 해 봤다. 촬영지는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해수욕장 근처 언덕이다. 꼭 가 봐야 할 여행지가 한 군데 더 생겼다. 멋진 노을을 볼 때면 생각 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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