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스포일러)
어느 날 우연히 영화 '잠'의 예고편을 보게 됐다. 60초 만에 이 영화에 확 매료되었다. 영화관을 그리 자주 갈 수 없는 형편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해!'라며 남편에게도 예고편을 공유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회사 동료가 너무 좋았다며 꼭 보라고 추천을 했기에 바로 어제! 영화 '잠'의 막차를 탈 수 있었다.
<기본 정보>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어느 날,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린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현수’.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수’는 잠들면 가족들을 해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수진’은 매일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 때문에 잠들지 못한다. 치료도 받아보지만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은 점점 더 위험해져 가고 ‘수진’은 곧 태어날 아이까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갖은 노력을 다해보는데…
출산을 앞두고 있는 회사원 수진과 무명 배우인 현수는 아주 이상적인 부부이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가 가훈으로 서로를 신뢰하고 영화 초반 아주 보기 좋은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현수는 자다가 이상 행동을 한다. '누가 들어왔어'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얼굴을 깊은 상처가 날 때까지 긁거나 갑자기 자다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꺼내 먹는다. 겁에 질린 수진은 걱정되는 마음에 함께 수면클리닉을 찾는다. 그곳에서 현수가 '렘수면 행동 장애'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약을 처방받아먹게 된다. 그러나 그다음은 가족처럼 지내온 반려견 후추. 현수가 반려견을 냉동실에 넣어 죽게 만든다. 하지만 현수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제1장의 내용으로 영화 초반에 공포감을 주며 몰입도를 높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시각적 공포 그리고 사운드까지 예고편 이상의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딸을 출산한 수진. 산후조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자신 있게 ‘둘이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며 고시원에서 자겠다는 현수를 설득해 갖은 노력을 해본다. 하지만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인 수진. 그래도 밤이 찾아오면 불안과 걱정이 앞선다. 친정엄마가 불러온 무당이 현수에게 남자 귀신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수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평소 층간소음으로 불화가 있던 아랫집할아버지. 새로 이사 온 아랫집 사람은 할아버지의 딸과 손자였고, 그 딸에게서 아랫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현수가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한 시점과 할아버지의 기일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수진은 현수에게 할아버지의 영혼이 씌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또 수면 부족과 극도의 불안함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점점 피폐해져 간다. 결국 현수가 딸을 죽이려 하는 꿈을 꾸고, 칼로 현수를 위협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제2장은 출산 후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 현수의 몽유병 증세 때문에 수진의 불안과 공포, 현수가 딸을 죽일 것만 같다는 의심이 증폭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수진의 행동이 이해가 되다가도 답답했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당연히 완치가 될 때까지 떨어져 지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죽은 할아버지의 영혼이 밤마다 빙의되는 것 같은 불안함. 이해가 간다. 특히 집에 찾아온 무당이 했던 말.
“개 짖는 소리 없이, 애기 우는 소리 없이 둘이서만 살고 싶어 “ 이 말이 수진을 가장 자극하고 현수에게 할아버지 귀신이 씌었다는 확신을 준 말일 것이다. 나 또한 영화에서 저 대사를 듣고는 ‘아랫집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부터 나도 점점 더 소름 끼치고 뒷얘기가 궁금해졌다.
결국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수진. 수진이 입원해 있는 사이 현수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완치 됐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는다. 수진의 퇴원 날 꽃다발을 들고 병원에 갔지만 수진이 없어진 상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와 본 현수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온 집 구석구석이 부적으로 뒤덮여있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의 귀신이 현수에게 빙의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수진. 현수가 아무리 몽유병이 완치되었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납치해 온 할아버지 딸을 인질로 잡아 위협하고 아랫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는 수진의 강아지와 같이 냉동실에서 이미 죽어 있다. 귀신을 내쫓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주장하며 정말 할아버지의 딸을 죽이려고 하는 수진.
12시가 되기 직전, 갑자기 현수가 입을 연다. 어딘가 할아버지의 말투와 행동을 하며…
떠날 테니 내 딸을 살려주라고. 그리고 딸에게는 세상에 미친놈들이 참 많으니 그냥 이사 가라는 말을 남기고 현수는 쓰러진다. 마치 귀신이 몸에서 빠져나간 듯이…
제3장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현수가 집 문을 딱 여는 순간. 온 집에 붙어 있던 부적들. 오컬트 영화 특유의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 엔딩이 호불호가 갈린다는 리뷰를 봤다. 어떤 엔딩이기에 그럴까 궁금했다. 나는 이런 열린 결말이 나쁘지 않았지만 과연 호불호가 갈릴만 하다고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가장 마지막 장면은 현수가 수진을 안아주고 수진이 잠에 드는 모습은 보는 나도 안도하게 만들었고 나름의 해피엔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이 극찬을 했다는 영화.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 두 주인공도 믿고 보는 배우들.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공포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
저예산 영화라는 것은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알았다.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은 배우들의 연기력도 한몫한 것 같다. 특히 러블리한 정유미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결론도 나는 마음에 든다.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함께 본 사람과 생각을 나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정말로 나는 귀신이 빠져나간 것이다 쪽이었고, 같이 본 남편은 수진을 위해 현수가 연기를 한 것이다 쪽이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공포영화.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소재이고, 집이나 가족처럼 가장 편안해야 하는 것에서 불화가 생기다 보니 더욱 불안감을 초래한 것 같다.
영화는 곧 상영을 마칠 것 같다. 공포 영화가 보고 싶은 날에 한 번쯤 볼만 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