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정이현 작가님의 책을 읽고

by 정윤

"이름도 알지 못하는 신들에게 간구하는 날이 올 것이다."


신은 원체 조용하신 분이다. 인간의 유구한 역사 동안 내내 그를 향해 사랑을 고하던 사람들은 외람되게도 응답 한번 받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내에 걸린 그림에서, 인간이 신에게 고한 오랜 사랑의 역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신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무조건적인 사랑인 ‘아가페’라 부르지만, 나는 오히려 인간이 신에게 품은 사랑이 더 순수한 것이라 믿는다.



나는 처음에 ‘알지 못하는 신들’이라는 제목을 보며, 그 신이 혹시 ‘나 자신’은 아닐까 생각했다. 아직 나도 알지 못한 나의 새로운 면모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초반부의 세영이 전에 겪어본 적 없는 사건과, 그로 인해 자신의 스탠스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모습을 보며, 결국 그는 자신 안의 낯선 자아를 발견하게 되리라 느꼈다. 인간은 늘 같은 것 같으면서도, 티끌만치라도 다른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다. 그렇다면 새로운 자아의 끝자락을 마주하는 일은 어쩌면 흔한 일이기도 하다.


세영은 도우를 보호하기 위해 어른으로서의 책무를 유예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비롯될 그 어떤 결과도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라며 행동 양식을 정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바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어린 자녀 앞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런 적당한 안위를 위한 회피는 결국 문제의 본질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는 누구도 혼자 살 수 없고, 특히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독립적으로 성장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 시대의 어른들이 자주 쓰는 말투와 여가 시간에 소비하는 콘텐츠,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모아 우리 세대를 구성하는 시대정신이 되며, 아이들은 그것을 여과 없이 배운다.


그렇기에 어른이 떠넘긴 책임과, 자유를 가장한 도덕성의 결여는 어떤 식으로든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우리는 결국 어떤 이름 모를 신을 붙잡고 사정을 터놓게 될지도 모른다. 그 신이 과연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지, 혹은 외면했던 것에서 비롯된 존재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돌아온 책임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닿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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