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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울 Oct 14. 2021

마음먹으면 배만 불러요.

노오력에도 한계가 있답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이 말은 듣기에 아주 솔깃하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조성진 피아니스트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할 수 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김연경 선수처럼 스파이크를 때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죽을 듯이 노력해도 그 분야의 타고난 천재를 이길 수는 없다.

Macnamara 외(2014)는 메타 분석을 통해 음악, 게임, 운동, 교육, 그리고 직업 분야에서 노력과 성과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메타 분석이란 비슷한 주제로 진행된 여러 개별적인 연구를 한데 모아 통합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연구법이며, 다양한 연구 유형 중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자랑한다.


그래서 결론은? 총 88개의 연구 결과를 합해서 분석한 결과, 노력은 성과의 단 14%만 설명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나머지 86%는 무엇일까?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연구자들은 지능, 작업 기억 용량 등의 유전적인 특질들을 가능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왼쪽부터 게임, 음악, 스포츠, 교육, 직업에서의 성과가 그래프로 그려져 있다. 옅은 회색이 '노력'으로 설명되는 비율이다.


여기서 잠깐, 노력이 성과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도 엄청난 연습을 통해 지금의 경지를 이루었을 테고, 김연경 선수 또한 오랫동안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노력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 내가 무엇인가에 실패한 이유를 의지박약으로 생각해 자책하기 전에, 내가 잘할 수 있고 나와 잘 맞는, 즉 나와의 fit이 맞는 일을 찾는 게 핵심이라는 뜻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의 성과에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 4% 뿐이 안 되는 걸 보면, 각자의 다양한 재주는 무시당한 채 하나의 똑같은 시험으로 줄 세워지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참 불쌍해질 따름이다.


그런데 행복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사실, 위의 연구가 내린 결론은 행복에도 적용된다. 수많은 힐링 에세이 작가들과 자칭 전문가들은 마음만 먹으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은 (이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무작정 노력한다고 해서 쟁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타고난 사람이 따로 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Macnamara, B. N., Hambrick, D. Z., & Oswald, F. L. (2014).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Science, 25(8), 1608-1618. https://doi.org/10.1177/095679761453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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