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카메라를 켜면, 뿌연 렌즈를 닦아주라는 알림이 종종 뜬다. 렌즈가 더러우면 사진이 깔끔하게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태까지 뿌연 색안경을 쓴 채로 '행복'을 바라봐왔다. 이 안경의 렌즈가 얼마나 더럽냐면, 아무리 입김을 불어 대고 안경닦이로 닦아봐도 깨끗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이 안경을 벗어던질 것이다. 대신, 다른 안경을 쓰고 행복을 바라볼 것이다. 그 안경은 다름 아닌, '과학' 안경이다. 이 안경은 훨씬 더 깨끗하다. 이 안경을 쓰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행복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현재 서은국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연세대학교 성격 및 사회 심리 연구실에서 RA로 활동 중이다. 서은국 교수님은 행복심리학의 저명한 학자로서, 그의 논문들은 2018년 기준으로 총 40,000번 이상 인용되었다.
내가 서은국 교수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교수님의 저서 『행복의 기원』을 통해서다. 2019년 말, 나는 우울감의 극치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런 나는 다음 학기에 서은국 교수님의 인기 수업인 '행복의 과학'을 들을 생각에, 예습 차원으로 수업 교재를 미리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행복의 기원』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그 책을 다 읽은 후 극한의 경쟁률을 뚫어 교수님의 수업을 수강하고, 또다시 극한의 경쟁률을 뚫어 교수님의 랩실에 들어가게 된 나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여 내가 배운 행복에 관한 모든 것을 나누고자 한다. 만약 "가끔은 쉬어도 괜찮습니다.", "상처 받은 당신의 마음을 따스하게 안아주세요."라는 식의 힐링 글귀를 바란다면, 이 책을 닫아주기를 부탁한다. 내가 공유하고자 하는 배움은 모두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차가운 팩트의 모음집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진짜로 행복해질 거라고는 확언할 수 없다. 서은국 교수님조차도 '행복의 과학'의 첫 수업 시간에서 "이 수업을 수강한다고 해서 여러분 모두가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하신다. 대신, 자신 있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색안경을 지금 당장 벗어던지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일평생 써온 그 색안경을 갑자기 벗어던지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청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에 관한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자연스레 색안경은 벗겨져 있을 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과학 안경이 은밀히 자리를 잡고 있을 테다.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안경이니, 너무 걱정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