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오대학中央大学 문학부 에노모토 야스코 교수와 푸 레이
榎本 泰子, 『上海オーケストラ物語』, 春秋社, 2006年。
傅雷, 『傅雷家书 』, 作家出版社有限公司, 1981.
20세기 초 상하이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유학하고 프랑스 문학 번역가로 활약하는 한편 예술사 연구자로 대학에 재직했던 푸 레이(傅雷, 1908-1966)는 문화대혁명 초기 아내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일찍이 서구 사상과 문화를 학습하고 유럽에서 공부했던 그가 홍위병들의 표적이 되기에 이른 비극적 생애의 한편, 1950년대 루마니아-폴란드를 시작으로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의 아들 푸총(傅聪, 1934-2020)에게 남긴 자상하고도 엄격한 아버지로서의 면모가 후대에 끼친 영향력에도 주목하게 된다.
아들 교육에 대한 푸 레이의 강단있는 해설은 한 가정의 지침을 넘어서 20세기 초 중국의 부르주아 계급의 형성과 그들이 서양문화를 접하는 태도에 대한 세세한 단서들을 제시하는 자료로도 가치가 크다. 특히 서양의 예술을 이해하기에 앞서 중국의 고전과 철학, 도덕적 가치를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푸 레이의 신념이 주샤오메이(朱晓玫, 1949-)에서 랑랑(郞朗, 1982-)에 이르는 이후 세대의 중국인 서양음악 연주자들에게까지 계승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1980년대 후반 도쿄대학 문학부에 입학한 일본인 음악학자 에노모토 야스코(榎本泰子, 1968-)가 푸 레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傅雷家書”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푸 레이가 푸총에게 보낸 편지글 속에서 20세기 전반기 상하이에서 활동하던 서양인 음악가들의 존재에 호기심을 갖게 된 에노모토는 이후 “푸 레이의 서양음악관”을 주제로 석사학위(1992)를, “상하이 국립음악원”을 주제로 박사학위(1996)를 받았다. 해당 연구 내용들은 “악인의 도시 상하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푸 레이 편지글 모음집의 일본어 번역 작업(『君よ弦外の音を聴け』, 2004)에 이어, “상하이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근대 초기 중국의 서양인 음악가들의 면면에 주목한 연구까지 발표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의 서양음악을 주제로 다룬 역사 연구가 사실상 오랫동안 금기시 되었던 현실을 감안하며, 상하이 조계의 지난 시간들을 추적해 온 에노모토는 스스로 침략국 일본의 국민이라는 책임감을 인식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중국인이나 서양인이 아닌 제3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중국의 서양’에 관한 연구가 갖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