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시기 독일인 청년 작곡가의 시대 인식

토마스 만, "파우스트 박사 1“

by yoonshun

"...이 시대는 암암리에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아니, ...오히려 매우 당당하게 의식하고 있다. 삶의 진실성과 순수성에 회의를 품게 만들고, 어쩌면 매우 잘못된, 불순한 역사성을 만들어내면서 이 시대는 분명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근대의 정신에 따귀를 때리는 행위를, 이를테면 분서焚書라든지 기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구시대의 음험한 상징행위를 열광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p. 59)


"...그들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상황, 문화, 전통, 답습되는 관례, 규제, 허식 등이 창의력에 가하는 제약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인간의 창의력은 결국 어떤 것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신의 뜻이 먼 곳으로부터 내려와 반영된 것이고, 어떤 것을 존재하도록 하는 명령의 반영이며, 창조적인 영감은 높은 곳에서 온다고 신학적인 결론을 내렸다." (p.184-185)


"...나는 교회를, 오늘날 세속화하고 타락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질서의 본고장이라고 봐. 객관적인 계도의 산실이며, 길을 닦는 곳이며, 종교적 삶에 눈뜨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 삶은 질서가 없다면 주관적인 황폐화에 물들고 끝없는 혼란에 빠지게 될거야. 무서운 환상이 지배하는 세상, 악마의 바다가 되고 말거야. 교회와 종교를 분리한다면 신앙과 광기를 구분할 수 없어..." (p.193)


"...내 경험에 의하면 스위스 사람들은 고뇌에 대한 감각과 이해가 뛰어난데, 그런 감각과 이해는 이들 유서 깊은 도시들의 부르주아적 삶과 관련이 있으며, 그런 관련성은 ... 지적인 문화가 발달한 파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독일제국 국민을 불신하는 내성적인 스위스 사람들이 '세계'를 불신하는 독일 사람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이다. 수많은 대도시를 거느린 막강한 독일제국과는 달리 작디작은 이웃나라를 두고 '세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이 표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당성이 있다. 스위스란 나라는 중립국이고, 두 개의 국어를 쓰고, 프랑스의 영향이 지대하다. 스위스는 규모는 작아도 북쪽에 있는 거대국가인 독일보다 훨씬 넓은 '세계'이며 유럽의 중심무대다. 독일에서는 '국제적'이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비속어처럼 됐고 음울한 향토주의가 공기를 오염시켜 질식할 것 같다." (p.287)


토마스 만, "파우스트 박사: 한 친구가 이야기하는 독일의 천재 작곡가 아드리안 레버퀸의 생애 1", 김해생 옮김, 필맥, 2007.

Thomas Mann, "Doktor Faustus: Das Leben des deutschen Tonsetzers Adrian Leverkühn, erzählt von einem Freunde",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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