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음악 전통을 계승하는 근대 일본 제도권의 서양음악 수용 계보
Celia Applegate, Pamela Potter (edited), ”Music & German National Identity“,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2.
David B. Dennis, ”Beethoven in German politics, 1870-1989“, Yale University Press, 1996.
”음악의 나라 독일“이라는 표현이나, ’독일 거장들이 표현하는 독일의 정신‘, 같은 표어는 굳이 궁금증을 가질 필요도 없을 만큼 당연하게 여겨져서 구체적 유래에 대한 객관적 설명을 찾아보기도 의외로 쉽지 않다. ”음악과 독일 민족 정체성“의 대표 편집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독일에서 음악에 이러한 민족 정체성을 부여하게 되는 데는 음악 자체보다도 18세기 경부터 주요 작가들이 남긴 글의 영향력이 컸다고 한다.
아울러 제3제국 독일의 광신적 민족주의에 한 몫을 차지한 바그너의 음악 역시, 그의 글에 대한 이후 비평가들의 집요한 해석으로 그 의미가 더욱 과장된 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메이지의 바그너 붐“(竹中亨, 『明治のワーグナー・ブーム: 近代日本の音楽移転』 ,中公叢書, 2016)에서도, 아직 오디오나 방송이 보급되기 이전인 일본 메이지 시기(1860-1912) 지식인들 사이에서 활발했던 바그너 논쟁은 음악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글‘을 둘러싸고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는 2차대전 이후 독일음악의 전개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도 19세기 독일음악의 권위의 형성 과정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한국인 독자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일본 근대의 클래식 음악 수용에서 뚜렷했던 독일 우선주의와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NHK 교향악단(N향)의 수석지휘자를 지냈던 (현재는 명예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예전 인터뷰에서 “N향은 독일 음악 연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훌륭한 오케스트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일본 활동 경력이 있는 서구 음악가들은 대대로 일본의 클래식 음악이 ’독일 계승‘의 전통을 자랑으로 여기는 지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1983년 처음 시작된 이래 거의 매년 연말마다 열리는 베토벤 9번 심포니 연주(サントリー1万人の第九) 역시 일본의 독일 음악 전통 계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벤트이다. 얼핏 기이한? 행사처럼 보이기는 해도, ”독일 정치 맥락의 베토벤“을 읽다 보면, 바이마르 시대 파벌을 가리지 않고 온갖 정당에서 베토벤을 자신의 영웅으로 해석하며 지지자 결집에 나섰던 사례들을 통해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되기도 한다.